동시
기찻길 2 / 집
기찻길 2
―산딸기
철길 따라 잣두들1) 가는 길
후끈후끈 달아오른 침목에서
훅훅 올라오는 석유 냄새 맡으며
산딸기가 익었어
빨갛게 익은 산딸기
손톱에 물이 배도록 따다가
똬리 틀고 있는 뱀과 마주쳤지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산딸기
뱀 위로 쏟아버렸어
뒤돌아 뛰는데
까만 뱀처럼 구불거리는 철길이
발목을 휘휘 감았지
집
여든일곱 살 노순예 할머니
아들딸 낳아 복닥거리며 살았던 한버들2)
청풍호3)에 잠기고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버드나무 낭창낭창 늘어진 마을
자꾸 떠올라
이른봄,
청풍호 물이 줄어
잠겼던 마을 드러나면
터만 남아있는 집 돌아보지
금줄 걸었던 버드나무 만져보고
탯줄 묻어놓은 땅 밟아보고
몇 번을 빙빙 둘러보고
돌아와도
눈에 밟히는 집
청풍호
물이 빠져도
물이 가득 차도
눈을 뗄 수 없는
청풍면 대류리(大柳里) 260번지
박소이
독자를 어린이로 한정하지 않고 어른도 즐겨 읽을 수 있는 시를 쓰려고 고민합니다. 동심을 지속하는 시인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2015년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2017년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동시집 『입안에 악어가 살아요』(열린어린이, 2019)를 냈습니다.
2021/05/25
42호
- 1
-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에 있는 마을
- 2
- 충북 제천시 청풍면 대류리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 마을 이름)
- 3
- 충주댐 건설로 인해 조성된 인공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