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에는
  신이 있다고 한다

  작은 것들의 신과 커다란 것들의 신
  학문의 신과 창조의 신
  소금 한 줌에도 신이 있어서
  간을 세게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바다를 보호하는 해태가 있고
  내가 덤벙거릴 때 핸드폰이나 지갑을
  대신 쥐여주는 당신이 있다

  당신은 내가 실제 목격한 신으로
  황태미역국 끓이기의 신이며
  목요일에는 분리수거의 신으로 통한다

  게다가 안 쓰는 물건은 즉각 처리하는
  바로 버리기의 신이기도 해서
  이러다 나를 버리는 게 아닐까
  두려울 때도 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
  함께 있는 사람들은 기쁠 것이고
  누군가는 형상이 없다고 말하겠지
  더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우선 나와 마트에 가서
  종량제 봉투를 사야 한다

민구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배가 산으로 간다』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세모 네모 청설모』가 있다.

2024/12/18
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