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더 무섭다

  팔이 잘리고 모가지가 날아가는 영화의 한 장면보다
  갑작스러운 너의 방문이
  나를 깜짝 놀래킨다

  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문을 차고 창을 부수고
  꽃밭을 엉망으로 만든다
  화가 나서 소매를 걷었더니
  카메라를 들이대고 말한다

  구독자들, 봤어?

  우리는 좋아요 같은 거 몰라
  좋은 건 나만 알고 싶어
  내가 추천하는 영상은 아무도 없는 계곡
  자갈에 입술을 부비는 물고기와
  그늘에 서식하는 물이끼

  이끼는 우주에서 살 수 있다
  귀신 같은 놈이지

  나는 열 평 남짓한 방에서 혼자 지내고
  부엌에 들어온 이들을 쫓으려
  밥 짓는 시늉을 한다

  불을 피우면 연기가 나서 배가 고프다
  이럴 땐 내가 사람 같구나

  당신이 보고 싶다

민구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배가 산으로 간다』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세모 네모 청설모』가 있다.

2024/12/18
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