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왜 문이라 할까



   해수야, 저 달을 moon이라 하자
   밤이면 환하게 열리는 저 문을 통과한 빛들을 별이라 하고

   저 문 뒤에 있는 것은 낮이라 하자
   별들이 다시 저 문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면
   그때는 한낮이라 하고

   그러고 보면
   낮달은 달의 뒷면, 다시 저 문을 열면
   캄캄한 밤이 나타나겠지

   오늘밤
   저 문으로 별들이 걸어나오면
   헤아려 보고 싶어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우리 둘

   걸어나온 별들이 만든
   신화를 찾아 함께 읽어보고 싶어





   헤어지던 중이었어



   새벽, 마당의 개가 짖는 거야
   어둠을 물어뜯으며 짖는 거야

   멧돼지라도 내려온 줄 알았지 뭐야
   잠이 다 뜯겨나갔어

   창문을 열고 버럭, 소리 지르려는데
   달이 막 산을 넘어가고 있는 거야

   헤어지기 싫었던 거지
   같이 아침을 맞고 싶었던 거지

   아, 달이 산을 넘어가버렸어

   산등성이가 붉어 오는 거야

   개의 송곳니가 자라나고 있었어

박덕희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굴러떨어지는 돌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 이야기에 위로를 받습니다. 좋아하는 시를 읽고 쓰고 절망하며 쓰고, 좌절하며 읽다가 어제와 또다른 나를 만나기도 합니다. 동시집 『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를 냈습니다. siena-go@daum.net

2021/04/27
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