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열쇠 숨기기
이미 절반은 사라졌고 사라진 게 그것만은 아니지만 아니 길고 가는 파임 구멍에 알맞은 오목함과 오목하지 않음 않아서 생기는 광채가 좋아서 날카로움이 좋아서 뼈 같아서 주머니 속에 숨겨두고 울었다 너와 나 사이의 구덩이 안팎 없는 구덩이 문 앞에 앉아 너의 개는 자꾸 기다린다 기다려를 연습한다 그럴 때마다 휘어지는 열쇠의 내막 휠 대로 휘어 꼬리가 되는 사정 단단함을 잃은 쇠 쇠 쇠 어느 부드러운 꿈결에 철커덕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건 잠기는 소리 열린 적 없이 잠기는
한정원
산문집 『시와 산책』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과 시극집 『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를 썼다.
2025/02/19
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