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실종
구두가 있었다
구두만 있었다
어느 날부터 문득 바위 위에
있었다 떠도는 말들이
썰물처럼 죄를 짓고 도망쳤다거나
밀물처럼 죄를 지으러 찾아왔다거나
그랬다 구두 곁을 지나는 사람들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저마다
발을 넣어보고
어떤 발은 넘치고 어떤 발은 헐거웠지만
모든 발은 구두 속에서
약해졌다 발을 절며 돌아갔다
다시 구두만 있었다
소문이 더욱 우거지자 구두의
둘레로 이끼가 끼었다
발이 없는 것들이 종종 왔다 갔고
발이 없어서 약해지지 않았다
본래 구두는 죄를 몰랐다 그게
어둠인지 파도인지도 모르고
처음 거기 바위 위에
구두를 벗어놓은 사람은 구두를
오래 사랑했다
비가 내려도 볕이 내려도
바다를 내려다보며 구두는 그것만
오래 생각했다
구두만 있었다
어느 날부터 문득 바위 위에
있었다 떠도는 말들이
썰물처럼 죄를 짓고 도망쳤다거나
밀물처럼 죄를 지으러 찾아왔다거나
그랬다 구두 곁을 지나는 사람들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저마다
발을 넣어보고
어떤 발은 넘치고 어떤 발은 헐거웠지만
모든 발은 구두 속에서
약해졌다 발을 절며 돌아갔다
다시 구두만 있었다
소문이 더욱 우거지자 구두의
둘레로 이끼가 끼었다
발이 없는 것들이 종종 왔다 갔고
발이 없어서 약해지지 않았다
본래 구두는 죄를 몰랐다 그게
어둠인지 파도인지도 모르고
처음 거기 바위 위에
구두를 벗어놓은 사람은 구두를
오래 사랑했다
비가 내려도 볕이 내려도
바다를 내려다보며 구두는 그것만
오래 생각했다
한정원
산문집 『시와 산책』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과 시극집 『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를 썼다.
2025/02/19
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