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린명품크리닝 앞 흔들리는 꽃양귀비 / 껌과 꿈
그린명품크리닝 앞 흔들리는 꽃양귀비
매력적인 포즈를 지을 때 가장 외롭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기에
물론
이 거울은 사람을 좀 더 길게 보여줍니다
옷태를 돋보이기 위해서죠
Well
당신은 길어지지 않습니다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
외로운 성장(盛裝) 혹은 나체로
무엇이든 상관없는 아침저녁으로
가슴을 찢는다
는 말은 그만하기로 한다
셀카 찍고 기어이 인화까지 해 찢어버리는
수고스러움
몰래 쓰레기통을 뒤지는 미련한 밤처럼
흔들리는 마음과 아스팔트 사이에
씨가 날아든다
책임 없이 예쁘다
이번 악수에선
부드러운 피부에 깜짝 놀랍니다
다음 악수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탄력이나
계절이나 계절성우울이나 기타 등등
악수하지 않으려 낡은 손을 찢는다
후회는 걸칠 만하다
껌과 꿈
그리워하는 것이 죄가 되나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을?
이름이 없는 사람이라면?
껌과 꿈에 대한 논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는 종일 생각했는데
떠오르는 것은 B뿐이었다 B, 얘 너 잘 지내니 잘 못 지내는 거 알아 하지만,
마감일이 다가왔고 초조해질수록 나는 B를 생각했다
B, 그거 네 이름 맞니? 아닐 수는 없니? 나는 네가 B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껌과 꿈에 대한 글 대체 언제 주시는 건가요
감히 펑크라니요 펑펑 터지는 풍선님
나는 쓰지 못하고
꿈에서도 그리는 B
달라붙은 B
끈적여서
풍선 터지는, 머리칼 잘리는, 악어와 악어새, 치아 꿈, 자일리톨 꿈
세상 모든 꿈은 대체하여 읽어도 좋았다
B로
권민경
외로움과 그리움, 구질구질한 두 단어가 같은 말인 것 같아 썼다. 보고픈 걸 보고프다고 얘기 못하는 찌질함이 꿈으로 구현되는 것 같아 지우진 못했다.
2019/11/26
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