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클럽1)



   엄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밤새 풍만해진 성기를 가슴처럼 만져봅니다 멋대로 머리 자라는 게 느껴집니다 나는 나의 터럭에 책임을 느낍니다

   어제부로 월세를 냈습니다 나는 이 방의 주인입니다 쉴 곳이 정해지니 스타일이 정해집니다 방은 거울처럼 과장이 없습니다 섬세한 손길은 이제 필요 없습니다 엄마는 나의 속도를 이겼고 나는 엄마의 외탁을 이겼습니다 친족처럼 단순해질 겁니다
   단단해지겠습니다 미용 의자처럼 상하로 동작하겠습니다 커트보 위의 달뜬 얼굴
   대가리로 존재하겠습니다
   상징이 되겠습니다

   뒤통수를 닮은 남자들이 사각의 방에 입장합니다
   직전의 속도로 남자들은 팽팽합니다 가만히
   가파르게 말라갑니다 푸른 기호가 됩니다 이곳은 얼마입니까? 교환가치가 있습니까? 물음표처럼 날카로운 침묵을 나는 이해합니다 바리깡을 보면 무덤이 떠올라
   찔끔 오줌이 마렵지만
   무엇도 흘리지 않습니다 다음번에도 오래 머물 수 있겠습니다 한 꺼풀 벗겨질 수 있겠습니다 샴푸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입과 눈만 닫으면

   나는 어제부로 월세를 냈습니다 다달이 방에 남아 친족의 주인입니다 다정한 가위질 소리도 내내 훌쩍이던 초침(秒針)도 모두 시침(時針) 속입니다 하루를 감내한 시침이 또 한 번 꼿꼿이 일어서고
   엄마

   엄마 없는 속도가 시작되어요





   선미장식의 계단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불현듯 깊다, 실체보다 무겁거나, 실체보다 빠르다, 계단을 타고 있지만, 계단보다 조금 더 앞이다, 쏠리는 각도는 전부, 갈무리하는 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비를 맞고 있는 것만 같다, 비의 한가운데 혹은, 비 자체로서, 나, 다 떨어지지 못했다, 하늘과 땅 사이, 천둥의 한 점 발현과, 만물의 진동 사이, 그 사이, 아니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비의 메커니즘을 맞고 있는, 나,

   실체보다 전진, 실체보다 전위, 실체보다 첨예,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는 최상 섬세하다, 콧날이 살아 있다, 슉 슉 슉, 각도의 숨찬 소리도 들려, 고집스레, 비에게서 쏟아지는 비처럼, 나를 뚫고, 나를 덮는, 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계단을 이기며, 조금 더 가파르다,

이효영

부천대학 텍스타일비즈니스과,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여 전문학사 학위만 2개입니다. 요즘은 처형이 빌려준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고 있습니다.

2018/05/29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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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용 미용실. 저렴한 가격과 귀두머리 스타일로 유명하다. 커트 후 샴푸는 스스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