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방오늘,’에 직접 방문해보면 공간과 서가가 단정하고 정성스럽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점을 언젠가 열고 싶다는 생각은 이십대 후반부터 했다. 낭독회와 공연이 열리는 서점. 문학, 예술, 인문, 그림책 서가가 있는 서점. 백일몽에 가까웠던 그 막연한 상상이 구체성을 띠게 된 것은 2015년이 되던 겨울이었다. 서울에 생겨난 개성 있는 작은 서점들을 재미삼아 일주일에 한 곳씩 방문했는데, 묵혀두었던 서점 생각이 차츰 생생히 일깨워져 혼자 서점의 이름을 지어보기도 하고(당시 지었던 이름은 ‘눈송이책방’이었다), 잠 안 오는 밤이면 식탁에 책들을 눕히거나 세워놓고 짧은 소개 글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보기도 했다. 눈송이 모양 로고를 혼자 만들어보고, 가상의 문을 들어선 손님들이 카운터까지 들어올 동선에 맞춰 서가 배열을 스케치해보기도 했다. 2018년 여름 임대 계약을 하고 서점 오픈을 준비하면서 이름과 로고를 비롯한 많은 세부가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서점 운영의 틀과 방향에 대해서는 퍽 오래 밑그림을 그리며 고민했던 셈이다.
   마침내 현실 속 서점의 문이 열린 날은 2018년 9월 5일, 화창한 초가을날이었다. 그후 4년이 흐르는 동안, 한 동네서점의 존재가 인근에 거주하고 근무하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생일이나 기념일 선물로 책을 고르고, 근처에 찾아온 친구와 지인에게 단골 서점을 자랑하고, 퇴근길에 들러 책 한 권을 사서 읽다 가고, 독서클럽에 참가해 책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 어떤 대가도 없이 우리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잘 보이도록 매대와 서가에 진열해두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얼른 선택하기 어려웠던 그 책들을 손님들이 만나게 된다. 그 반가운 순간들이 서점을 계속 운영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더 많은 서점들이 동네마다 생겨나기를 바라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개 부탁드린다.

   지난 4년 동안 많은 낭독회, 워크숍, 독서클럽, 음악회를 기획해 운영해왔는데, 그중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계절마다 석 달에 걸쳐 격주로 열리는 독서클럽이다. ‘계절의 작가’로 선정된 작가의 거의 모든 책들을 다루며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은, 일회성 행사에 멈추지 않고 참가자들이 우정과 연대감을 쌓아가는 것이 느껴져 각별한 보람이 있다. 작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는 ‘겨울의 작가’였던 제발트의 책들을 최리외 작가와 함께 독파했고, 올봄에는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거나 출간 예정인 시인 앤 카슨의 책 전부를 윤경희 평론가와 함께 읽었다. 여름에는 존 버거의 책들을 함께 읽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진행할 가을, 겨울, 봄의 작가들을 미리 선정해두었고, 진행자들도 거의 섭외가 마무리되는 중이니 관심 있게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그 외에도 국내외 소설이나 에세이들의 맥락을 만들어 함께 읽는 독서클럽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하재연 시인, 최진영 작가, 조해진 작가, 송지현 작가와 함께 시와 소설을 창작하는 워크숍을 열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갈 예정이다. 그림책 작가들을 초대해 창작 과정을 나누는 김지은 평론가의 ‘그림책 이야기’, 소설가들의 창작 노트를 온라인(줌 라이브)으로 나누는 ‘작가 노트’, 기후 위기나 혐오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 워크숍, 소설가들을 초대해 독자들과 함께 신작 소설을 낭독하는 ‘메아리 낭독회’, 텍스트와 음악이 함께하는 음악낭독회도 비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방오늘,이 묻고 대답합니다
   Q.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처음 서점을 열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체로 따라오는 ‘어떻게 이익을 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간명한 답은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만성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비이성적인 활동을 계속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우리는 약간의 공간을 현실로부터 임대해 신기루 같은 이곳을 만들었고, 자본의 논리와 상반되는 경영을 한 해씩 연장해가고 있다. 책 판매와 행사 기획을 모두 어렵게 만든 팬데믹 상황이 닥쳐왔을 때는 3개월 동안 휴업도 했는데, 그때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이 서점에 관한 어떤 일도 함부로 실패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우리가 현실의 시공간에 기입해왔고, 지금도 기입해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의 의미를 언젠가 정확히 알게 될 순간까지.


   책방오늘,
   주소 :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154
   영업시간 : 화-토 오후 1-9시, 일 오후 12-6시 (월 휴무)
   홈페이지 : onulbooks.com
   SNS : twitter.com/onulbooks
   instagram.com/onulbooks


책방오늘,

2018년 9월에 문을 연 책방오늘,은 인문·문학·예술·그림책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점입니다. 낭독회와 워크숍,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06/27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