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ng
프롤로그 P!ng 설명서
스튜디오 풀옵션의 ‘P!ng’은 한 명의 소설가와 한 명의 디자이너, 또한 하나의 AI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P!ng은 다음과 같은 규칙 내에서 전개됩니다.
① AI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구글 뉴스 데이터들을 저장합니다. ② 저장한 데이터를 AI 자신만의 규칙으로 정리하여, 세 개의 새로운 문장들로 도출합니다. 문장들은 기사 원문에 있던 명사들을 재활용하지만, 그 순서와 구성을 달리하면서 완전히 다른 궤를 얻습니다. ③ 새로운 문장들을 다시 한번 구글 서버에 던져서, 내부의 단어와 연계된 세 장의 이미지들을 가져옵니다. 이들은 P!ng의 세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예언이 됩니다.
④ 소설가는 예언-이미지들을 보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쌓아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 역시 예언-이미지를 연재하는 소설 속에서 순서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예언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혹은 정말로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와중 한번 씩 따져봐도 좋겠습니다.) ⑤ 디자이너는 소설가가 만든 이야기 속 언어들을 매듭 삼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듭니다. 여러분은 이 이미지를 매 화 소설의 말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이미지들은 다음 이야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는 매달 현 시점과 가장 맞닿은 언어들―즉 뉴스의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원본의 언어들은 점점 근본으로부터 멀어집니다.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져서, 마침내는 전혀 다른 세계의 기틀이 됩니다. 우리는 기틀 위로 예언과 관련된 다섯의 이야기―쌍둥이와 사민, 진우, 그리고 P―를 쌓고자 합니다. 이들 다섯의 운명은 매달 AI가 도출하는 예언-이미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합니다.
우리는 실제와 허구, 텍스트와 이미지의 주고받기를 통하여 문학쓰기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함께 즐기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 또한 규칙을 기억해주시면서, 혹은 완전히 잊은 상태로 이야기를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스튜디오 풀옵션
텍스트와 이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번역합니다. 가능한 멀리까지 공놀이를 지속하며 오해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글 쓰는 함윤이와 디자인 하는 김형도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2020/06/30
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