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마스크 착용의 일상적 의무화는 제법 의미심장한 일이다.
우리는 자아 형성 단계에서부터 이미 비가시적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왔다.
마스크의 본유적 기능은 착용자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만, 그것(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의 실제(재)적 기능은 착용자로부터 외부를 보호하는 것이다.
마스크의 착용이 외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암시(와 동시에 착용자에게 명령)하는 바는, ‘나는 무해한 사람입니다’ ‘나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타인에게 해를 끼칠 의사가 없는 (사회적) 인간입니다’와 같은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식사, 수면, 성교의 생리적 예외를 제외한다면, 마스크를 벗는 행위가 허용되는 경우는 오직 완전한 격리 상태거나, 혹은 (때로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위험 가능성의 공유를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이러한 승인은 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며, 언제나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을 수반한다.
이러한 제한을 무시하고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자는 광인이거나, 폭군이거나, 혹은 범죄자가 된다.
*이번 1화에서는 극작가 Anna님이 내레이션에 참여했습니다. 작업이 진행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촬영 → 편집 → 자막 → 텍스트 → 내레이션. 촬영부터 텍스트에 이르는 작업 순서는 앞으로도 동일하게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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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이너 송제원, 세라믹 아티스트 정서일, 시인 정사민은 2020년 아트북 『텍스티미지 Textimage』 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조형과 디자인 등의 유기적이며 종합적인 협업을 지향합니다.
2021/06/29
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