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마스크 착용의 일상적 의무화는 제법 의미심장한 일이다.
   우리는 자아 형성 단계에서부터 이미 비가시적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왔다.
   마스크의 본유적 기능은 착용자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만, 그것(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의 실제(재)적 기능은 착용자로부터 외부를 보호하는 것이다.
   마스크의 착용이 외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암시(와 동시에 착용자에게 명령)하는 바는, ‘나는 무해한 사람입니다’ ‘나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타인에게 해를 끼칠 의사가 없는 (사회적) 인간입니다’와 같은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식사, 수면, 성교의 생리적 예외를 제외한다면, 마스크를 벗는 행위가 허용되는 경우는 오직 완전한 격리 상태거나, 혹은 (때로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위험 가능성의 공유를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이러한 승인은 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며, 언제나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을 수반한다.
   이러한 제한을 무시하고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자는 광인이거나, 폭군이거나, 혹은 범죄자가 된다.

총 3분 49초.

   #
   장은 점토를 빚는 사람이다.
   장은 COVID-19의 여파로 고독과 고립 속에서
   점토를 빚었다

   장은 검은색 마스크 위에 흰색 방역 마스크를 이중으로 착용하는
   사람이다 장은
   꼼꼼히 병균을 차단하는 것만큼
   검은색과 흰색을 매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때 장은 그림을 그렸다
   검은색의 선과
   흰색의 사각형으로 가득한
   그림을

   장은 더이상 그리지 않는다.
   장은 점토를 빚는다

   #
   점토는 가끔 따뜻하다고 생각한다.

   라디에이터

   창가의 빛

   장의 손끝

   죽은 벌레

   체온

   화로의 열기

   #
   33.1°C

   사람보다는 차갑고
   흙보다는 따뜻한

   점토의 체온이다.

   수족냉증?

   장은 점토를 두,
   하고 부른다

   두는 점토의 이름이다.

   #
   검은색 마스크 위에 흰색 방역 마스크를 착용한
   장이 홀로 있을 때
   두는 장을 초대했다.

   All That Corona,
   두가 보낸 메시지를 장은
   올 때 코로나,
   라고 읽었다

   오래도록 혼자일 때, 일상은
   사물은
   실없고 투박한
   농담처럼 앉아 있다

   누구도 독립적이지 않지

   정오의 거미줄 같은
   빛이
   장의 주위에서 늘어진다

   실낱같은?

   검은색의 선과
   흰색의 사각형으로 가득한
   방안처럼

   앉아 있다

   마스크를 쓴 두가

   #
   장은 두를 방문했다
   두가 장을 방문했을까?

   그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33.1°C

   두의 체온

   사람보다는 차갑고
   흙보다는 따뜻한

   장은,
   두와 함께 코로나를 마신다

   빈 병은 한 병,
   두 병
   세 병……

   #
   점토는 취하지 않아
   점토는 병들지도 않고

   병맥주를 뒤집어
   머리에 꽂은
   두가 말한다

   생각해봤어

   네가 적어놓은 거

   마스크는 창살
   마스크는 울타리

   두는 후후, 하고
   소리 내어 웃는다.

   두의 형태가 어쩐지
   일그러져 보이는 것은
   코로나를 많이
   나누어 마신 탓일까?

   장은 검은색 마스크 위에
   흰색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는
   꼼꼼한 사람이지만

   어쩐지 두와 함께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고 싶지 않다

   두가 조금은
   차갑기 때문일까

   두와 함께 있어도
   온전히 고립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두는 흰색 마스크 하나만 착용하는
   조금은 덜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앉아 있는

   맥주를 잘 마시는
   점토인데

   잘 모르겠다.

   빈 병은 네 병,
   다섯 병
   여섯 병……

   #
   영화는 고작 백 년 만에
   미술이나 음악이
   삼천 년간 변화한 것보다도
   더,
   많이 변했습니다.

   병맥주를 거꾸로
   머리에 꽂은 두가
   갑자기
   존댓말로 말했다

   어쩐지
   두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1화에서는 극작가 Anna님이 내레이션에 참여했습니다. 작업이 진행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촬영 → 편집 → 자막 → 텍스트 → 내레이션. 촬영부터 텍스트에 이르는 작업 순서는 앞으로도 동일하게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jj1

시각디자이너 송제원, 세라믹 아티스트 정서일, 시인 정사민은 2020년 아트북 『텍스티미지 Textimage』 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조형과 디자인 등의 유기적이며 종합적인 협업을 지향합니다.

2021/06/29
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