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에서 엄마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어. 나는 벌떡 일어섰지. 엄마가 입에 뭔가 물고 있었거든. 한눈에 봐도 그건 생선 뼈가 분명했어. 침이 질질 흘렀어. 엄마는 배부르다면서 생선 뼈를 전부 나에게 내주었어. 나는 허겁지겁 생선 뼈를 핥았지. 정말 행복했어. 뱃속이 두둑해지자 슬슬 눈꺼풀이 내려왔어. 추워서 엄마 품속으로 파고 들어갔어. 엄마 품이 참 따뜻하고 좋았어.
   띠리리띠띠띠띠. 띠리리띠띠띠띠.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눈을 번쩍 떴지. 옆을 보니 엄마가 없었어. 그럼, 이게 다 꿈이었던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젯밤 나는 엄마를 찾아 헤매고 있었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먹이 찾으러 나간 엄마가 돌아오질 않았어. 기다리다 못해 엄마를 찾아 나섰는데 너무 추운 거야. 그래서 문 닫으려는 어떤 상점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갔지. 거기까진 기억이 나. 그런데 지금 여긴 어디지?
   나는 아주 따뜻하고 푹신한 곳에 누워있어.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지. 헉, 이게 뭐야! 하마터면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니까. 동물 사체들이 쭈르륵 누워 있는 거야.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인형’들이었어. 아이들이 ‘인형’을 들고 다니는 걸 본 적 있었거든. 엄마한테 물어보니 인형은 우리 같은 동물을 따라 만든 모조품이라고 했어. 아이들이 인형을 아주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지. 그런데 인형들이 왜 여기에 모여 있는 거지? 사방을 둘러보니 유리 벽으로 막혀 있었어. 그때 사람들 말소리가 들렸어. 나는 인형들 틈으로 파고 들어가 재빨리 몸을 숨겼어.
   “엄마! 여기야 여기. 여기 피카추 인형이 있다니까.”
   “정말 웃고 있는 피카추가 있네.”
   인형들 틈으로 살짝 보니 피부가 새하얀 여자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어떤 인형을 뚫어지게 보고 있어.
   “이거 꼭 갖고 싶단 말이야. 어서 뽑아줘.”
   딸깍,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 동시에 어디선가 뾰족한 집게가 나타났어. 집게가 덜그럭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러다 갑자기 몸을 틀더니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는 내 위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내려오기 시작했어. 나는 너무 놀라 눈을 꽉 감았어.
   ‘으으으 아아, 어어…… 엄마! 나 좀 살려줘!’
   그때였어.
   “잡았다!”
   여자아이의 환호성이 들렸어. 슬며시 눈을 떠보니 커다랗고 노란 인형이 집게에 잡혀서 끌려가고 있었어. 그것도 잠시,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 인형이 맥없이 툭 떨어졌지. 곧 집게가 멈췄어. 나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어. 이게 대체 뭐 하는 거지? 여자아이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어. 또다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뾰족한 집게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또 노란 인형이 잡혀 올라갔는데 움직이자마자 몸을 부르르 떨며 아래로 떨어졌어. 몇 번이나 다시 시도했지만 인형은 끝내 잡히지 않았어. 엄마는 울상을 짓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며 뒤를 돌았어. 숨이 막혔던 나는 고개를 위로 쑤욱 내밀었어. 그때 고개를 돌린 아이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만 거야.
   “어? 엄마, 저거 진짜 고양이 같아.”
   아이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물고 늘어지자 엄마가 뒤를 돌아봤어. 나는 재빠르게 인형들 틈으로 몸을 숨겼지.
   “응? 진짜 고양이라니, 어디?”
   “저기 피카츄 인형 옆에…… 하얀 고양이가 눈을 깜박거렸어.”
   “에이, 인형을 본 거겠지. 어서 집에 가자.”
   엄마는 서둘러 나갔지만 아이는 눈을 떼지 못했어. 밖으로 나간 걸 확인하고 겨우 위로 고개를 내밀었지.
   ‘나 지금 인형 뽑는 기계 안에 들어온 거야?’
   나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고양이야. 어떤 인간들은 날 보면 만지려고 가까이 다가와. 내가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 그럴 때 나는 발톱을 세우고 슬금슬금 뒷걸음치다가 부리나케 도망쳤어. 엄마가 항상 말했거든.
   ‘인간은 알 수 없는 동물이다. 그러니 언제나 조심해.’
   내가 본 인간들도 그랬어. 어떤 인간들은 먹이를 놓고 가기도 하지만, 어떤 인간들은 그 먹이를 치워버렸지. 어떤 인간들은 나를 만지고 싶어 했지만 어떤 인간들은 나를 보면 소리치거나 발을 굴러서 쫓아버렸어. 그래서 난 인간이 착한 건지 나쁜 건지, 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인간을 믿지 않아. 친구들도 그랬어. 인간한테 잡히면 잡아먹히거나 보호소로 가서 죽는다고.
   배에선 자꾸 꾸르륵 소리가 났어.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 배도 고프고 엄마도 보고 싶었어. 주위를 둘러보니 쌓여있는 인형들 너머로 작고 네모난 문이 보였어.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서서 가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
   ‘어…… 어…… 어라…… 어이쿠!’
   발버둥 칠수록 나는 인형들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 한 번, 또 한 번, 다시 한 번, 몇 번 그러고 나니 일어설 힘도 없었지. 인형들처럼 팔다리가 쭉 늘어졌어. 맨바닥까지 안 내려간 게 다행이었어. 주위를 둘러보니 유리 벽 너머로 다른 유리 상자들이 보였어. 그 안에는 여기처럼 인형이 가득 들어 있었지. 가끔씩 인간들이 왔다갔다했어. 다행히 내 앞으로는 오지 않았지.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아.
   띠링 띠링. 종소리에 눈이 떠졌지.
   “시우, 네가 뽑았다고? 그 커다란 잠만보를?”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어.
   “뻥이지? 쪼매난 인형도 오다가 다 떨어지는데 그렇게 큰 걸 어떻게 뽑냐?”
   “내 말 못 믿어? 다 요령이 있다니까. 내가 오늘 확실히 보여주겠어.”
   목소리가 아주 가까워졌어. ‘딸깍’ 소리와 함께 ‘끼이익’ 쇳소리가 났어. 뾰족한 집게가 움직이는 소리였지. 소리만 들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섰어. 몸을 바짝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었어. 그때 왠지 시원한 기분이 들었어. 눈을 살짝 떠서 보니 내 배 위에 놓여 있던 파란 인형이 집게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고 있는 거야.
   “이야 잡았다 잡았어!”
   “이시우 대단한데?”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옆으로!”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렸어. 슬쩍 고개를 들어봤지. 유리 벽 너머로 한 아이가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었어. 양옆에 두 아이는 인형을 잡아먹을 기세로 아우성을 치고 있었지. 그때 기계를 작동시키는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쳐 버린 거야.
   “으아아악!”
   아이는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어. 나는 몸을 숨기려고 인형들 틈에서 허우적댔어.
   “야, 이시우! 왜 그래!”
   “거의 다 왔었는데 떨어졌잖아!”
   인형들 사이로 몸은 겨우 숨겼는데 얼굴은 밖으로 나와 있었어. ‘시우’라는 아이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어.
   “저거…… 인형 아니지?”
   아이들은 무슨 소리냐며 두리번거렸어. 한참을 두리번거린 뒤에야 겨우 나를 알아봤지.
   “헐, 저거…… 진짜 고양이야?”
   “고…… 고양이가 왜 저기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어. 당장 뭐라도 먹지 않으면 인형들 틈에서 굶어 죽을 것 같았어.
   “정말 작다. 새끼 고양이네.”
   “인형보다 더 인형같이 생겼다.”
   “눈동자는 파랗고, 저 하얀 털 좀 봐, 꼭 솜사탕 같아.”
   “솜사탕, 여긴 어떻게 들어간 거야?”
   아이들은 나를 ‘솜사탕’이라고 부르며 좋아했어. 나를 보고 웃는 걸 보니 이 아이들은 좋은 인간 같았어. 이 아이들이라면 날 안전하게 구해줄 것 같았지.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어.
   ‘얘들아, 나 좀 여기서 꺼내주지 않을래? 야옹야옹 야아옹.’
   “니들 지금 소리 들었어? 우리 오니까 좋은가 봐.”
   오른쪽에 서 있는 곱슬머리 아이가 말했어.
   “눈빛 좀 봐. 꼭 뭐라고 말하는 거 같다.”
   왼쪽의 안경 쓴 아이는 말이 좀 통할 거 같네. 그때 가운데에 선 시우가 말했어.
   “꺼내 달래”
   양쪽의 두 아이는 동시에 시우를 쳐다보며 말했지.
   “뭐?”
   “이상해…… 솜사탕이 하는 말이 들려.”
   두 아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 나도 기가 막혔어. 인간이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듣겠어. 그래서 다시 말을 걸어봤지.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힘이 없어. 나 좀 구해줘. 야옹야옹.’
   나는 시우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어. 두 아이도 시우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지.
   “아무것도 못 먹어서 힘이 없대. 어서 구해 달래.”
   시우가 다급하게 말했어. 두 아이는 뜨악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배꼽을 잡고 웃어댔어.
   ‘시우가…… 정말 내 말을 알아듣는다!’
   눈이 번쩍 뜨였어. 우리와 말이 통했다는 인간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거든.
   “우리 솜사탕 꺼내주자!”
   시우가 결심한 듯 말했어. 두 아이가 웃음을 멈췄어.
   “무슨 수로?”
   곱슬머리 아이가 말했어. 아이들은 유리 상자를 찬찬히 둘러봤지. 인형이 나오는 배출구도 꼼꼼히 살펴봤어. 하지만 나를 꺼낼 방법은 찾지 못했어.
   “가게 주인한테 말하면 열어주지 않을까?”
   안경 낀 아이가 말했어. 아이들은 가게 안을 둘러봤어. 하지만 어디에도 주인은 보이지 않았지.
   “내가 건물 관리실 가서 물어볼게. 금방 갔다 올 테니 솜사탕 잘 지켜.”
   시우가 후다닥 뛰어나갔어. 그리고 한참 뒤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왔어.
   “주인한테 연락은 했는데, 지금 지방에 있어서 밤늦게나 올 수 있대.”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운이 쭉 빠졌어. 그때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렸어. 곱슬머리 아이가 전화를 받았지.
   “얘들아, 나 학원가는 걸 깜박했어. 먼저 가야겠다.”
   “어어어…… 그럼 솜사탕은?”
   달려나가는 곱슬머리 아이의 등에 대고 시우가 외쳤어. 시우의 외침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곱슬머리 아이는 이미 가게 밖으로 사라지고 없었어. 그때 안경 낀 아이가 외쳤어.
   “맞다, 119가 있잖아!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119야.”
   시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어.
   “그 생각을 왜 못했지?”
   시우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어.
   “안녕하세요. 119죠? 여긴 새롬동 사거리에 있는 인형 뽑기방인데요, 지금 여기 솜사탕이, 아니 고양이가 갇혀 있어요.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요.”
   시우는 휴대폰을 들고 한참을 서 있었어. 시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지. 전화를 끊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다른 동네에 아주 큰불이 났네. 그래서 거기 도와주러 모두 나가서 지금은 아무도 없대. 저녁이나 돼야 올 수 있대.”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어.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앞이 뱅글뱅글 도는 것 같았어.
   “시우야, 정말 미안한데 엄마한테 자꾸 문자가 와서……”
   “너도 가야 해?”
   “나도 가기 싫은데…… 솜사탕 얘길 했는데도 과외 쌤 기다린다고……”
   안경 낀 아이는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뒤돌아서 나갔어. 시우의 어깨가 축 내려앉았지.
   ‘시우야, 너도…… 갈 거니? 야옹야옹.’
   시우까지 갈까 봐 겁이 났어. 그럼 정말 난 혼자가 되니까. 시우가 고개를 들었어.
   “솜사탕, 걱정 마. 난 안 가. 어차피 갈 곳도 없는 걸.”
   ‘갈 곳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야옹야옹.’
   “다들 학원가고 집에 가는데 난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거든. 아빠도 늦게 오시고.”
   시우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어.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어.
   ‘아까 보니 너 인형 잘 뽑는 거 같더라. 야옹야옹.’
   “응. 재미로 조금씩 했는데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어.”
   ‘와, 그럼 인형 많겠다! 야옹야옹.’
   “그럼, 집에 산처럼 쌓여있어. 이건 좀 뻥이고 어쨌든 많아.”
   시우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어.
   “근데 더 좋은 건 인형 잘 뽑으니까 친구들도 생겼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
   
   “학교에 소문나서 배우고 싶다는 친구들이 생겼거든. 이제 학교 끝나고 혼자 가지 않아도 돼.”
   시우는 신나게 떠들어댔어. 오랜만에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말이야. 나도 그랬어. 잠깐이었지만 배고픔도 잊고 갇힌 것도 잊었어.
   “솜사탕, 넌 어떻게 여기 들어오게 된 거야?”
    나는 거리에서 친구들하고 뭐 하고 노는지, 동네에서 음식을 가장 잘하는 집은 어디인지, 내가 짝사랑하는 친구는 누구인지, 전부 털어놓고 난 후에야 여기 들어오게 된 얘기를 시작했지.
   ‘엄마가 먹을 거 구해온다고 나가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았어. 그래서 찾으러 나갔다가 그만…… 야옹야옹.’
   시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왜에? 야옹야옹.’
   “나랑 쫌 비슷하다.”
   이번에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지. 시우는 신발로 땅을 툭툭 차면서 말했어.
   “우리 엄마도…… 내 선물 사온다고 나가셨는데…… 아직도 안 오셨거든.”
   나는 힘을 내서 일어섰어. 인형들 틈을 헤집고 시우가 서 있는 유리 벽 가까이 갔지. 시우가 무릎을 굽히고 앉았어. 우리는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있었어. 시우의 손이 유리 벽을 쓰다듬었어. 나는 차가운 유리 벽에 얼굴을 비볐어. 야옹야옹. 시우의 따뜻한 손길이 전해지는 것 같았어.
   “내가 빨리 꺼내서 엄마 찾아줄게. 조금만 참아.”
   나는 몇 번을 잠들었다 깼어. 시우도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나를 지켰어.
   “어? 이거 진짜 고양이잖아?”
   낯선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지. 시우도 놀라서 벌떡 일어났어.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어. 나는 발톱을 날카롭게 세웠어.
   “어떻게 여길 들어갔대?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빨리 꺼내줘야겠다.”
   “아저씨, 꺼낼 수 있으세요? 어떻게요?”
   꺼내준다는 남자의 말에 시우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어. 나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어. 남자는 시우를 밀어내고 동전을 넣었어. 딸깍, 소리가 나더니 날카로운 집게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가 뭘 하려는지 몰랐어. 그런데 집게가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내 위에서 멈추더니 단숨에 나를 삼킬 것처럼 아가리를 벌렸어. 너무 가까이 와서 도망칠 수도 없었지. 엄마 얼굴이 떠올랐어. 먹이를 찾으면 항상 나한테 먼저 주던 엄마였지. 춥고 배고픈 거리에서 살았지만 엄마 품에 있으면 다 괜찮았어. 아아, 저 멀리 엄마가 보여. 엄마가 나를 애타게 찾고 있어. 엄마 나 여기 있는데, 나 여기 있어……
   “아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시우가 온 힘을 다해 아저씨를 밀쳐냈어.
   “야! 이놈아 너 때문에 다 잡은 거 놓쳤잖아!”
   “아저씨 미쳤어요! 그러다 우리 솜사탕 다치기라도 하면 아저씨가 책임질 거예요!”
   “꺼내달라면서!”
   “솜사탕은 인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아이라고요!”
   시우가 흥분하자 아저씨는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저쪽으로 가버렸어.
   “솜사탕! 괜찮아? 안 다쳤어?”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 시우한테 말해주고 싶었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았어. 기운이 하나도 없고 자꾸 눈꺼풀이 내려앉았어. 나는 겨우 힘을 내어 말했어.
   ‘시우야. 엄마가 날 찾고 있었어. 내가 기다리는 걸 알고 있었어. 야옹야옹.’
   “솜사탕! 어디가 안 좋은 거야? 응?”
   ‘시우 엄마도 시우를 애타게 찾고 있을 거야. 시우가 기다리는 걸 알 거야. 야옹야옹.’
   이 말을 시우가 들었는지 모르겠어. 너무 졸려서 참을 수가 없었거든.
   “솜사탕! 솜사탕! 정신 좀 차리라고!”

   삐용 삐용 삐용.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 환한 빛에 눈이 부셨지. 겨우 눈을 떴어.
   “아저씨, 눈 떴어요. 아직 살아있어요!”
   빛 사이로 여러 명의 인간이 보였어.
   “솜사탕, 괜찮아? 괜찮은 거야? 어서 물 좀 마셔.”
   나는 시우가 주는 물을 허겁지겁 삼켰어. 그제야 살 것 같았지. 시우의 손이 나를 한없이 쓰다듬었어. 나는 시우 품으로 파고들었어. 엄마 품처럼 따뜻했어.

하정

낯선 길을 걸으며 모르는 사람과 마주치고 다른 세계와 만날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 같다. 두렵지만 무모하게 걸어간 길이 나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킨다. 그래서 언제나 미지의 길을 꿈꾼다. 글은 그러한 세계로 인도하는 통로이자 출구다.

2018/07/31
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