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28회 문학잡지는 ‘문학잡지’가 아닙니다
처음, 우리에게 문학잡지란 문단과 같았습니다. 문학잡지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비평하는 이곳에서 ‘문학잡지’는 문학의 범주를 지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각 작품을 ‘소설’과 ‘시’ 등의 카테고리로 소환하고, 한정된 작가들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문학의 장에 보이지 않는 테두리를 긋곤 하니까요.
문학잡지가 경계를 만든다면, 역설적으로 문학잡지를 이용해 그 경계를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 질문에서부터 출발해보기로 했습니다. 《스펙트럼》은 기존의 문학잡지가 호명하지 않았던 작품들을 함께 주목합니다. 보다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작가의 글들을 지면 위로 불러 문학잡지의 범주를 넓히고자 합니다. 이미 수많은 문학잡지들이 시도하고 있듯이요. 작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문학잡지’만의 힘을 이용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더이상 문학잡지는 우리에게 이전과 같은 ‘문학잡지’가 아닙니다. 독자들과 더 넓은 문학의 장에서 상호작용하려 합니다. 네모반듯한 기준 바깥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해보려 합니다.
Q. 스펙트럼이 생각하는 장르의 다양함, 혹은 장르 미상인 글들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건 □가 아니야.”
이런 문장, 들어본 적 없나요? 이건 시가 아니야, 소설이 아니야, 비평이 아니야.
문학의 장르는 끊임없이 분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구분이 생기면, 늘 구분 바깥의 무언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곤 합니다. 소설의 모양을 한 시도 있고, 시도 소설도 아닌 작품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작품들 앞에서 자주 막막해지곤 했습니다. ‘소설의 모양’ ‘시다움’과 같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스펙트럼》은 장르에 대한 고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보고자 각 장르들을 새로운 기호로 표현했습니다. 《스펙트럼》의 지면에는 ‘시, 소설, 희곡, 동화, 비평’ 대신 ‘반짝, 수레, 벽, 초침의 경계, 시각’이 있습니다. 각 장르는 더이상 단어나 사전 속 문장이 아닌, 그 장르를 구성하는 수록 작품들로 정의됩니다.
어떤 커다랗고 단단한 단어나 고착화된 흐름이 아니라, 온전히 글을 쓰는 작가와 읽어내는 독자가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지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장르 바깥의 문학들을 담아낼 그릇이 아니라, 그 문학들이 직접 필요에 의해 찾아올 수 있는 지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장르 미상의 글들은 난반사되는 빛들입니다. 그 빛을 네모반듯한 틀에 붙잡는 사람은 없잖아요. 읽어내는 사람들만 있죠.
대학문예지 《스펙트럼》이 백색문예지 《스펙트럼》으로 새롭게 돌아왔습니다. 《스펙트럼》은 ‘행간지’로 행간의 조각이 모일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발행합니다. 현재 신간 〈행간 스펙트럼 1―외계관측지수〉 발행을 준비중입니다. 우리가 행간에서 엿본 외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창간호는 웹사이트1)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SNS2)3)에서 ‘정기 스펙트럼’을 발행합니다. 일상 속 문학을 찾아내는 ‘너도 문학이야’, 편집자들이 리뷰하는 ‘편집자의 프리즘’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보세요.
《스펙트럼》
창간년월: 2020년 6월
발행주기: 행간지
구성원: 김도헌 변자영 이가인
스펙트럼
백색문예지 《스펙트럼》은 등단과 비등단, 장르 등의 기준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을 문학의 장 안으로 소환합니다.
여기 흰 지면이 있습니다. 무한한 스펙트럼 속 낯선 빛들을 하나씩 조명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문학은 어떤 색인가요? 함께 경계 바깥의 난반사된 백색들을 읽어주세요.
2021/07/27
44호
- 2
- 《스펙트럼》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spectrum_edit
- 3
- 《스펙트럼》 트위터 http://twitter.com/spectrum_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