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갤러리는 미술관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규격화된 규모와 일정으로 전시회가 열리는 미술관보다는 조금 더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아담한 공간이잖아요. 《현대문학》이 월간지라 비교적 얇은 볼륨이기 때문에 ‘갤러리’라는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갤러리는 현실과 유리된 공간이 아닙니다. 작품을 통해 현실을 되비추고 동시대를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또 《현대문학》은 사진이나 조형, 회화, 설치미술과 같은 여타 문화, 예술 장르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잡지 표지뿐 아니라 여러 코너 사이에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죠. 지면 할애뿐 아니라 잡지의 구성을 보면 시와 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에세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만교 선생님께서 연재하는 ‘글쓰기 공작소’ 코너에는 소설과 글쓰기와 서사에 대한 에세이가 실려요. 또 천경우 선생님의 ‘보이지 않는 말들’이라는 꼭지에는 작가가 직접 작업한 작품과 글이 실리는데, 장르가 다른 글쓰기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워요. 김채원 선생님의 ‘그림 에세이’에는 작가의 그림과 짧은 에세이를 수록합니다. 이렇듯 《현대문학》의 중심은 당대의 시, 소설이지만 여타 예술 장르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동시대의 한국문학 뿐만 아니라 외국문학에 대한 관심도 그러한 맥락과 닿아 있습니다. 매해 노벨문학상 특집이 나가고요. 이재룡, 왕은철 선생님께서 외국문학 작품을 소개해주는 연재 코너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두 분의 글은 외국 작품 읽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우리 사회의 담론이나 문화적 경향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글쓰기 방식을 보여주고 있지요.


  당대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학적 가치란 무엇인가요?


   당대에 중요한 것…….(웃음)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사건 사고를 통과하면서 당대성이나 문학적 가치에 대해 대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즉각적인 판단과 신속한 반응보다는 동시대의 삶에 대한 사유와 고민이 문학적 실천의 방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회의를 하면서 필진을 섭외하거나 꼭지를 구상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어요. ‘글이 좋아야지’ ‘작품성이 중요하지’라는 말들을 하게 됩니다. 질문을 받으니 그 말이 떠오르네요. 당대에 요청되는 작품성이라는 것이 애매하고 포괄적인 말이지만, 사실은 매우 엄격하고 통과하기 어려운 기준이 작동하게 되죠. ‘동시대의 작가들에게 무엇이 중요하다’라고 대답하기보다는 작가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어떤 고유한 것을 저마다 찾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작가들이 가진 개성은 다양해서 하나의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겠지요. 저희는 여러 작가들에게 청탁을 해서 작품을 받을 때면 이번 작품이 어떠한가, 작가의 고유함이 얼마나 잘 드러났는가에 대해 늘 살피고 논의합니다. 비평 담론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시, 소설 작품 발표 지면을 꾸준히 확보해가는 것에 《현대문학》은 주력하고 있어요. 동시대의 어떤 흐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다른 잡지들이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현대문학》은 작품을 ‘기다리는 잡지’라고 해야 할까요? 작가들이 각자 딛고 있는 고유한 영역을 확보해나갈 수 있도록 작품을 기다려주는 잡지였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기획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역시 그런 부분일 겁니다. 당대 한국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하여 매달 일곱 편의 신작시와 에세이, 300매 전후의 신작 소설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 작품들을 다시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여섯 명이 한 시리즈를 이루어 큐레이션 될 예정입니다. 독립적이면서도 느슨하게 결합된 양식으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만들어내고자 기획한 것입니다. 작품을 통해 동시대를 호흡하는 《현대문학》과 작가, 독자를 이어주는 ‘핀’이 되려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문학》

창간년월: 1955년 1월
발행주기: 월간
구성원: 박상수, 백지은, 서희원, 이근화, 이기호(이상 편집자문위원)
www.hdmh.co.kr


현대문학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