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5회 악스트
《악스트》에게 문학잡지는 ‘도끼’입니다.
《악스트》는 잉크로 만든 도끼입니다. 카프카의 문장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에서 따왔습니다.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그런 무시무시한 도끼는 아니더라도 읽는 이들의 감정과 감각에 미세한 균열이나 흔적을 남기는 독서 경험을 가능케 하는 잡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학이 계속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기 위해선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있어야 합니다. 작가는 계속 글을 쓰고 발표해야 하고 독자들은 그것에 독서와 감상으로 반응해야 하죠. 문예지의 기본적이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기능과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스트》 역시 문예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모종의 문학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마음과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조금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없을까 하는 고민과 문학의 넓은 영역 중에 소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면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잡지라는 물성의 매력을 높여보고자 패션잡지 같은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 했고 소설을 둘러싼 다양한 꼭지들을 생각했습니다.
《악스트》가 도끼로 깨지 못한 것은?
질문이 너무 어려워요.(웃음) 괜찮다면 질문을 바꿔서 답해도 될까요? ‘깨지 못한 것’이 아니라 ‘깨고 싶은 것’으로요. 《악스트》를 만드는 여러 편집위원들이 있지만 순전히 제 개인적인 마음으로만 대답할게요. 제가 깨고 싶은 것은 ‘문학은 옛날의 것’이라는 인식이에요. 문학의 종언, 소설의 죽음, 종이책의 소멸 등 그동안 많은 논의를 통해 문학의 위기론을 들어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과거 소설과 문학이 사람들에게 줬던 힘과 영향력이 미디어나 매체로 상당 부분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때문에 위기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위기론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은 존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죠. 저에게는 단순한 믿음이 있는데요. 그것은 누구나 검증된 훌륭한 소설 열 편을 읽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중에 한두 편은 반드시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 말은 문학이 약화되거나 영향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만남의 기회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는 거죠. 간혹 문학을 사라져야 할 옛것으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사람들과 깊이 대화해보면 실제로 읽은 문학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경험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함부로 가치 판단한 것이지요. 문학은 고루하고 진지하기만 한 근대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사실 그것은 과거의 제 이야기입니다. 저는 대학교 때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실제로 인터넷과 웹의 세계가 문학의 모든 영역을 차지할 것이라고 믿고 무조건 문학과 책을 무시했었죠. 그런데 막상 훌륭한 작품을 읽은 후에 독자가 되었고 나중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문학만큼 세련되고 강력한 것을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 때문에 저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허상의 위기론과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악스트》를 통해 읽기 경험과 독서에 호기심을 부여하여 마침내 독자가 되고 혹은 작가가 되는 기회 혹은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실려 있는 소설이나 인터뷰를 읽고 그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는 반응이나 잡지를 읽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갔다는 반응을 접하면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낍니다.
《악스트》
창간년월: 2015년 6월
발행주기: 격월
구성원: 백다흠(편집장), 백가흠, 노승영, 배수아, 정용준(이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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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