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27회 문학잡지는 ‘말 걸기’입니다
문학잡지는 ‘말 걸기’입니다
《쪽》
Q. 《쪽》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문학잡지라는 개념은 지금까지, 문학으로 통용되어온 장르에 속할 만한 다양한 작품을 모아서 싣는 매체로 흔히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문학잡지란 무언지 묻기 이전에 먼저 문학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제도권 내에서 검증된 작가들에 의해 생산된 시, 소설, 비평, 에세이 등이 대개 의심 없이 문학으로 불려온 흐름이 있었다면, 근래에 들어 그 흐름에 균열을 내는 움직임이 많아졌어요. 웹진 《쪽》 역시 그런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축에 든다고 볼 수 있죠. 웹진 《쪽》 운영진들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나 평단에 의한 검증이나 승인 없이도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제 고유의 예술적이고 정치적인 언어로 기록하여 세상에 내보이고자 하는 행위가 문학적 말 걸기라는 것, 또 그 말 걸기 자체가 문학의 공간을 여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요. 그런 의미에서 잡지(雜誌)의 원 뜻풀이를 빌려와 말하고 싶은데요, 잡것들의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잡지’가 ‘문학’과 손잡고 서로에게 자신의 이름을 건네는 축제의 장, 이것이 웹진 《쪽》이 갖추고 싶은 모습이라고 말이죠.
Q. 일상이라는 키워드와 접속하는 것이 비평이라는 형식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상비평’의 그릇 안에 담긴 《쪽》의 글들이 기존의 문학 장르로 분류되는 ‘비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있듯 그 삶 속에서 이어지는 일상이 있지요. 그리고 이 일상은 흔히 평온한 것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일상은 곧 개개인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이어지는 투쟁의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웹진 《쪽》에게 ‘비평’은 특정 장르나 형식에 국한되는 것이라기보다, 바로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위태로운 일상을 되돌아보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아직 웹진 《쪽》이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일상의 면면들이 모여 하나의 삶이 되듯,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차근차근 모아 비평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웹진 《쪽》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현재 웹진 《쪽》에서 연재중인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19~20세기에 활동한 프랑스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여성인 시인 안나 드 노아이유의 시를 번역하고 그에 대한 비평에세이와 비평 일러스트를 그려 소개하는, 시간결정 팀(민주, 다은)의 녹아내리는 프랑스 시. 삼십대인 두 여성이 편지의 형식을 통해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서로의 일상을 묻고 응답하는, 은수, 정수의 3년째 이야기.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을 자신의 삶의 조각들로 시원시원하게 연결하여 날카롭게 사유해 기록한, 시오랑의 리싸이월드. 비인간 존재, 그중에서도 한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식물과의 일상을 성찰적인 언어로 써내려가는, 파이퍼의 인외식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낡아가거나 잊히거나 사라지는 사람, 사물, 공간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기억하고 어루만지는 다정한 기록인, 정수의 나의 낡은 것들. 그림책을 통해 지금의 세계를 여성 소수자 혹은 어린이의 눈으로 다시 읽으며, 가만가만 책을 읽어주듯 말을 거는, 희음의 그림책 처음 일기. 7인으로 이뤄진 모임의 멤버들이 다양한 형식의 텍스트를 경유하여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비평화해 연재하는 사고뭉치의 글다락. 한국을 떠나 이국에서 수년 동안 생활해온 여성의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현재적인 언어로 나누고 있는, 하타라의 뿌리는 밤. 그리고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이십대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마법소녀가 된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함과 비극성을 재조명하는, 웹진 《쪽》의 유일한 픽션인, 유운의 마법소녀 수비 연대 27번 주선우 등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웹진 《쪽》에는 앞으로도 다채로운 일상비평의 이야기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원고 제안●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어요.
《쪽》
창간년월: 2018년 10월
발행주기: 각 필진의 연재 주기에 맞춰 비정기 발행
구성원: 은수 정수 조이 희음
웹진 홈페이지 www.zz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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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일상비평 웹진 《쪽》은 페이지, 조각, 얼굴, 입맞춤, 방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웹진 《쪽》은 가벼운 페이지 안에, 일상에서 길어올린 질문의 조각들을 끼워 넣습니다. 입맞춤 같은 당신과의 접속을 기대합니다.
2021/07/27
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