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쉭쉭 우엉우엉 / 사과는 사실
쉭쉭 우엉우엉
바람은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외로웠습니다
바람은
나뭇잎에게
풀잎에게
꽃들과 열매들에게
다람쥐에게
같이 놀자고 간지럽혔지만
나뭇잎은
풀잎은
꽃과 열매들은
서로서로 붙어서 흔들거릴 뿐이었습니다
다람쥐는 바람을 피해
더 깊이깊이 나무집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혼자 남겨진 바람은
쉭쉭 우엉우엉
울음소리를 내었습니다
사과는 사실
사과나무는 하루 세 번
화장실에 갑니다
사과나무가 해님을 보며
으―앙 하고 힘주면
쏙― 하고
빠알간 사과 열매 하나가
태어나죠
사과나무가 구름을 보며
으―앙 하고 힘주면
또 쏘옥― 하고
새빨간 사과 열매
태어납니다
사과나무가 파란 하늘을
높이 보며 힘주면
똥그란 사과 열매
만나게 됩니다
하루에 세 번
으―앙 하고
힘 빠진 사과나무
툭하고 사과 한 알 떨어뜨립니다
그 열매 맛나게 먹은
옆집 진돌이가 으―앙 하고
사과나무에게
선물을 줍니다
이보연
소설을 읽으면 시가 쓰고 싶고, 그림책을 보면 동시가 쓰고 싶어요. 동시를 읽다가 하늘을 보면 동시가 써질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좋아하는 문학으로 살고 있는 삶에 한없이 감사해요. 언제까지나 문학 곁에서 살고 싶어요. 이번 겨울은 온갖 돌과 하늘과 구름과 나무를 보고 읽고 쓸 시간으로 채울 거예요.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