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법



   나는 툭하면 이기려 든다

   배부른데도 동생보다 밥 한술 더 먹는다
   달리기 시합 때도 가장 앞서려고 이를 악문다
   성적도 일등을 놓칠까 봐 마음을 졸인다
   하다못해 누구나 다 먹는 급식 줄 설 때도 맨 앞에 선다

   지는 법을 모른다

   자꾸자꾸
   이기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이기심이 생긴다

   지는 법이 필요하다





   자국



   이삿날
   책꽂이를 빼니
   벽지에 자국이 뚜렷하다

   침대를 들어내니
   장판에도 자국이 찍혀 있다

   서로 맞닿은 자리마다
   자국이 남았다

   날마다 붙어 다니던
   친구가 떠난 날
   내 마음에도
   자국이 남았다

김응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합니다. 경쟁과 소비 중심, 급변하는 사회에서 느림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크고 넘치는 것보다 작고 모자란 것들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제 이름 ‘응’처럼 평등하고 조화롭고 긍정적인 세상을 꿈꾸며 동시를 쓸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개떡 똥떡』, 『똥개가 잘 사는 법』, 『둘이라서 좋아』, 『걱정 먹는 우체통』, 『걱정 먹는 도서관』 등의 책을 냈습니다.

2018/04/24
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