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의 언어
앵무새는 사실 말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다. 근데 그게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일 뿐. 언젠가 중얼거렸던 혹은 속으로 말하는 줄 알았는데 입 밖에 내고만
나의 앵무새는 나의 앵무새이기 전에 윤미의 앵무새였다. 윤미는 윤미의 앵무새에게 사랑해요 배고파요 심심해요 같은 말을 열심히 가르쳐주었지만 앵무새는 일차적인 욕구 표현에는 별 관심이 없었으므로, 윤미가 어느 날 전 애인이나 나 혹은 가족들에게 했던 말
살면서 이 빠지는 꿈을 여러 번 꿨다는 것도 그 꿈의 농간이라는 둥 버스에 자리가 나도 앉고 싶지 않다는 둥 앵무새를 키우면 덜 외로울 줄 알았는데 물론 덜 외롭지만 더 고약하다고, 날개에 털이 수북한데도 못 나는 저 새의 새다움이 고약하다는 둥 그런 말이나 따라 했던 거다.
앵무새와 앵무새의 새장을 받아들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사랑하지도 배고프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새가 노란 잔상을 남기며 미약한 중에서도 가장 풍성하게 퍼덕였다. 개냄새 고양이 냄새는 맡아봤어도 새냄새는 처음이네. 철 이른 낙엽 냄새 또 조수에 밀려온 자갈 냄새, 육해공의 냄새가 모두 뒤섞인 앵무새의, 말도 못 따라 하는 앵무새 냄새.
나의 앵무새는 이제 한 가지 말만 한다. 물론 내 말을 따라 하는 게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다. 내가 다 졸아든 뭇국을 밥에 말아먹을 때도 해바라기씨 주는 시간을 깜빡했을 때도 늘
윤미는 더이상 키울 수 없다고 했다. 이제 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으려는 윤미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앵무새를 애완할 수 없었다. 버스가 정차하고 출발할 때마다 나와 앵무새는 같은 박자로 흔들렸다.
가다 서다 하는 풍경과 누군가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겨울바람, 새어들어오는, 새냄새 아닌 것들. 한참 동안 밖을 보고 있었는데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천재로 유명한 미국의 앵무새 알렉스는 서른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지요. 죽기 전날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착하게 있으렴.”1) 상냥하고 정중한 목소리였다.
나의 앵무새는 나의 앵무새이기 전에 윤미의 앵무새였다. 윤미는 윤미의 앵무새에게 사랑해요 배고파요 심심해요 같은 말을 열심히 가르쳐주었지만 앵무새는 일차적인 욕구 표현에는 별 관심이 없었으므로, 윤미가 어느 날 전 애인이나 나 혹은 가족들에게 했던 말
살면서 이 빠지는 꿈을 여러 번 꿨다는 것도 그 꿈의 농간이라는 둥 버스에 자리가 나도 앉고 싶지 않다는 둥 앵무새를 키우면 덜 외로울 줄 알았는데 물론 덜 외롭지만 더 고약하다고, 날개에 털이 수북한데도 못 나는 저 새의 새다움이 고약하다는 둥 그런 말이나 따라 했던 거다.
앵무새와 앵무새의 새장을 받아들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사랑하지도 배고프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새가 노란 잔상을 남기며 미약한 중에서도 가장 풍성하게 퍼덕였다. 개냄새 고양이 냄새는 맡아봤어도 새냄새는 처음이네. 철 이른 낙엽 냄새 또 조수에 밀려온 자갈 냄새, 육해공의 냄새가 모두 뒤섞인 앵무새의, 말도 못 따라 하는 앵무새 냄새.
나의 앵무새는 이제 한 가지 말만 한다. 물론 내 말을 따라 하는 게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다. 내가 다 졸아든 뭇국을 밥에 말아먹을 때도 해바라기씨 주는 시간을 깜빡했을 때도 늘
윤미는 더이상 키울 수 없다고 했다. 이제 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으려는 윤미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앵무새를 애완할 수 없었다. 버스가 정차하고 출발할 때마다 나와 앵무새는 같은 박자로 흔들렸다.
가다 서다 하는 풍경과 누군가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겨울바람, 새어들어오는, 새냄새 아닌 것들. 한참 동안 밖을 보고 있었는데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천재로 유명한 미국의 앵무새 알렉스는 서른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지요. 죽기 전날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착하게 있으렴.”1) 상냥하고 정중한 목소리였다.
강지수
2024년 문화일보,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느리게, 비뚜름한 마음과 쉽게 좌절하는 마음을 가지고 뒤로 걷고 있습니다. 그때 나를 지나치는 풍경과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 장면이 나의 과거나 현재,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집니다. 그 암시를 어떤 증거 삼아 시를 쓰는 것 같다고 요즘 저는 생각합니다.
2025/04/02
72호
- 1
- 아이린 페퍼버그, 『천재 앵무새 알렉스와 나』(박산호 옮김, 꾸리에, 2009)에서 변형하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