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울
작은 짐승일 것이다
작은 눈망울을 가진
테이블 위
안절부절못하는 한 가닥 보풀
손끝에 두고 무심결에 굴리면
공처럼 구르기도
굴러떨어지기도 아무 잘못 없이 가슴이 갈라진
아무 공처럼
스웨터라는 말에는 몇 방울의 피가 묻어 있고
겨울이면
오래 누워 지내던 사람이 문득 떠난 자리
잔설로 남은 살비듬
발자국 하나 찍지 않고 어디로 갔나 그 사람은
어느 스웨터 속으로
물에 두고 문지를수록 작은 몸은 더 작게 웅크릴 것이다
눈물을 머금을수록
공은 구른다
간신히 튀어올라 숨죽인 자리마다
살아 있다고
아직 살아 있다고
빈 의자나 철제 침대 아래
굼실거리는 잔털을 주워 가만히 들여다보면
왜 죄다 사람 같을까
아픈 사람
아파서 우는 사람
한파에 몇 날 며칠 몸살을 앓던 창문이
곤한 밤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눕는다
투명한
깨지기 쉬운
몸이 몸을 입고 어쩔 수 없는 계절을 견딜 때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
내 안에 사는
아주 작은 짐승일 것이다
작은 눈망울을 가진
테이블 위
안절부절못하는 한 가닥 보풀
손끝에 두고 무심결에 굴리면
공처럼 구르기도
굴러떨어지기도 아무 잘못 없이 가슴이 갈라진
아무 공처럼
스웨터라는 말에는 몇 방울의 피가 묻어 있고
겨울이면
오래 누워 지내던 사람이 문득 떠난 자리
잔설로 남은 살비듬
발자국 하나 찍지 않고 어디로 갔나 그 사람은
어느 스웨터 속으로
물에 두고 문지를수록 작은 몸은 더 작게 웅크릴 것이다
눈물을 머금을수록
공은 구른다
간신히 튀어올라 숨죽인 자리마다
살아 있다고
아직 살아 있다고
빈 의자나 철제 침대 아래
굼실거리는 잔털을 주워 가만히 들여다보면
왜 죄다 사람 같을까
아픈 사람
아파서 우는 사람
한파에 몇 날 며칠 몸살을 앓던 창문이
곤한 밤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눕는다
투명한
깨지기 쉬운
몸이 몸을 입고 어쩔 수 없는 계절을 견딜 때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
내 안에 사는
아주 작은 짐승일 것이다
박소란
시를 쓴다. 네 권의 시집을 냈다. 시를 쓰고 있고, 다섯번째 시집은 2027년쯤 내고 싶다.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증오하는 나날. 그러면서도, 아니 그래서인가, 시를 쓰려고 하면 죄다 사람, 사람뿐이다. 왜 모든 게 사람 같을까. 지금 내 앞에 놓인 책상도, 가방도, 화병에 꽂힌 풀도, 맞은편 빈 의자도 하나같이 사람 같아서, 어딘가 아픈 사람 같아서 적잖이 곤란하다.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겠다. 어쩐지 벌받는 기분. 요즘따라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다.
2025/03/05
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