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헌식
생선 대가리라니
집 앞 주차장에서, 아니
여기까지 어쩐 일로?
하마터면 말을 걸 뻔했지 꼭 아는 얼굴 같아서
마침 낮에는 두 통의 부고를 받았고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고, 다행스럽게도
대가리에 총 맞았냐
하는 소리를 들은 건 거나한 사람들이 모여 앉은
한 상가 구석에서
대가리, 대가리, 중얼거리다가
식어버린 고깃국에 기름이 떠서 잔뜩 핥아댄 숟가락으로 슬쩍 걷어내다가
눈물보다 독한 게 침일 텐데,
이런 얘기는 상주에게 결례일 것 같네
손도 발도 없이 가슴도 없이
대가리만 두고 어디로 가셨나요?
이런 얘기도
어둠 속을 헤매던 누군가 모르고 밟겠지
알고도 밟고
두 번
세 번
대가리, 대가리, 하다보면
그럭저럭 참을 만한 것이 된다
눈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어설프게 슬퍼하지 않아도
입맛을 다실 수도 있으려나
향냄새를 맡으며
굶주린 귀신들이 몰려와
대가리 곁에 모여 잠시 곡을 하다가
곧장 멀어진다 뼈만 남은 자동차를 몰고서
집 앞 주차장에서, 아니
여기까지 어쩐 일로?
하마터면 말을 걸 뻔했지 꼭 아는 얼굴 같아서
마침 낮에는 두 통의 부고를 받았고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고, 다행스럽게도
대가리에 총 맞았냐
하는 소리를 들은 건 거나한 사람들이 모여 앉은
한 상가 구석에서
대가리, 대가리, 중얼거리다가
식어버린 고깃국에 기름이 떠서 잔뜩 핥아댄 숟가락으로 슬쩍 걷어내다가
눈물보다 독한 게 침일 텐데,
이런 얘기는 상주에게 결례일 것 같네
손도 발도 없이 가슴도 없이
대가리만 두고 어디로 가셨나요?
이런 얘기도
어둠 속을 헤매던 누군가 모르고 밟겠지
알고도 밟고
두 번
세 번
대가리, 대가리, 하다보면
그럭저럭 참을 만한 것이 된다
눈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어설프게 슬퍼하지 않아도
입맛을 다실 수도 있으려나
향냄새를 맡으며
굶주린 귀신들이 몰려와
대가리 곁에 모여 잠시 곡을 하다가
곧장 멀어진다 뼈만 남은 자동차를 몰고서
박소란
시를 쓴다. 네 권의 시집을 냈다. 시를 쓰고 있고, 다섯번째 시집은 2027년쯤 내고 싶다.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증오하는 나날. 그러면서도, 아니 그래서인가, 시를 쓰려고 하면 죄다 사람, 사람뿐이다. 왜 모든 게 사람 같을까. 지금 내 앞에 놓인 책상도, 가방도, 화병에 꽂힌 풀도, 맞은편 빈 의자도 하나같이 사람 같아서, 어딘가 아픈 사람 같아서 적잖이 곤란하다.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겠다. 어쩐지 벌받는 기분. 요즘따라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다.
2025/03/05
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