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안개



   제주 바다에서 태어납니다.
   작은 섬을 야금야금 먹더니
   훌쩍 커버렸네요.
   큰 섬들도 한입에 꿀꺽
   하얀 거인이 된 바다 안개
   바다를 넘어
   넘실넘실 마을로 올라와
   마을쯤은 한입에 꿀꺽
   입이 한라산보다 더 커지더니만
   그만 한라산을
   통째로 삼켜버렸습니다.

   늦잠 자던 해님이 나와서
   장난 그만하고! 하니까
   물고 놀던 섬도
   마을도
   산도
   그냥 놓고 사라졌습니다.





   마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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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제비꽃 사진을 보내왔어요.
   사진 속엔 제비꽃뿐인데
   제비꽃과 마주 앉은 사람이 보여요.
   살랑살랑 봄바람 속삭임이 들려요.
   포근포근 봄 햇살도 보여요.

김희정

제주도에 살고 있어요. 마음에 빛이 되는 시를 써야지 하고 늘 다짐을 하죠.
동시가 모두가 읽는 시가 될 때까지 동시로 말을 걸어볼 거예요.

2022/03/29
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