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초록 블랙홀
호랑나비도
영역 싸움하던 참새와 까치도
나무속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햇빛도 바람도 먹어치우며
몸집 크게 부풀리더니
엄마를 쑤욱 빨아들이고
나를 쑥 빨아들인다
느티나무로 변장한
저, 초록 블랙홀!
연지민
2000년 《한국문인》으로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1년 3월 동시먹는달팽이 신인문학상 수상 후 아동문학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 202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스프링클러」로 당선됐습니다. 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콘텐츠 선정, 2022년과 2024년 아르코 창작 기금에 선정됐으며, 2023년 동시집 『타잔이 나타났다』를 출간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물길, 세종대왕 꿈을 담다』 『천년의 미소에서 꽃이 피다』 『청주의 교육유산』 등 다수가 있습니다.
상상하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동시에선 문득 혹은 반짝하고 찾아온 생각을 상상이란 구름에 태워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이야기를 만들길 좋아하죠. 그러면 내 안 어딘가에 깊이 잠들어 있던 어린 자아가 생기를 얻고 킥킥킥 소리내어 웃습니다. 장난기 많고 모험심 많은 아이의 시선을 통해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엉뚱한 상상이야말로 제 창작의 샘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도서 홍수 속에 다독의 절망감도 있지만 최근에는 명작 다시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문장과 행간으로 깊어지며 지금을 사로잡습니다. 시간을 견딘 명작의 힘과 매력에 감탄합니다.
아동문학은 시나 수필을 쓸 때와 달리 쓰면서 행복하고 읽으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고민이라면 클대로 다 커버린 어른이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현실을 그려낼 수 있는가, 하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동문학을 하는 내내 풀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동시 「초록 블랙홀」은 나무의 그늘을 블랙홀로 바라본 아이의 시선입니다.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특성을 그늘과 대비해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세계로 표현했습니다.
2025/04/02
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