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33회 어린이잡지는 ‘중장비차’입니다
Q. 《오늘의 어린이책》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오늘의 어린이책》은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책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독자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데 인증샷 하나가 반갑게 눈에 들어옵니다. 빨간책과 장난감 굴삭기가 친구처럼 나란히 잘도 어울리지요? 교차로에 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어디로 갈지 망설이는, ‘양장책을 머리에 올린 어린이’ 캐릭터가 마치 중장비차 기사처럼 여겨집니다. 감사하게도 독자가 먼저 《오늘의 어린이책》을 정의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들이 모래놀이 하듯 책을 통해 세계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지으며 자신만의 단단한 세계를 세우게 하는 어린이잡지.
《오늘의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책을 읽는 현장에서 전문적 경험을 쌓아온 작가, 독자,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시인, 교사, 평론가, 양육자 등이 책임감을 가지고 정성껏 만드는, 어린이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리뷰 잡지입니다. 내일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오늘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은 다양성과 포용,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어린이책》은 에너지 넘치는 어린이와 함께 시끌벅적한 여러 현장에서 직접 호흡하고 대화하며 이야기를 길어올리느라 애쓰는 많은 어린이책 작가들을 큰 목소리로 응원하는 책입니다.
Q. 오늘날의 아동문학은 과거의 아동문학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과거의 아동문학을 폄훼하는 질문으로 오해할 뻔했습니다. 세상이 변하듯 문학도 변하고 아동문학 또한 변화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동문학은 방정환 선생 이래로 어린이 문화를 북돋우고 아동의 성장을 응원하는 작업을 변함없이 해왔습니다. 그 세월 속에서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문학적 깊이와 다양성이 두터워지고 넓어져왔지요. 오히려 우리는 어린이를 ‘덜 자란 어른’으로 차별하는 사회에서는 아동문학 또한 ‘덜 익은 문학’으로 차별될 게 뻔하니 세상의 다양성과 포용이 더 자라나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십대 청년들과 《오늘의 어린이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그림책과 동화를 읽은 청년들의 반응은 행복과 놀람 자체였지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행복감에 더해 ‘어? 이런 내용이 어린이책으로!’라는 발견의 즐거움이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동문학의 주인은 어린이임에 분명하지만 ‘다 자란 어른’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서사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아동문학이 과거와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바로 그게 아닐까 싶네요. 《오늘의 어린이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찾아 읽어보면, 제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되리라 장담합니다.
《오늘의 어린이책》 창간호는 기획과 편집을 맡은 ‘다움북클럽’이 지난 3년간 성평등 관점에서 큐레이션한 262종 어린이책 목록을 #주체성 #몸의이해 #일의세계 #가족 #사회적약자 #표현 #혐오반대 #사회적인정 #안전 #연대라는 열 개의 열쇳말 아래 체계적이고 다양성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2020년 ‘나다움어린이책’ 선정성 논란 당시 회수되거나 사전 검열로 삭제되었던 도서 21종을 목록에 다시 올리는 특집 기사 ‘금지된 책들의 이야기’와 서효인, 김소영, 김현, 이다혜, 박유신 등 어린이책 동네 안팎 여러 저자가 보내온 연대의 글을 실었습니다.
《오늘의 어린이책》
창간년월: 2021년 9월
발행주기: 연간
구성원: 다움북클럽(김유진, 김지은, 남윤정, 서현주, 신수진, 윤아름, 이지유, 정진호, 최현경)
오늘의 어린이책
2021년 1호를 시작으로 해마다 성평등 어린이·청소년책 목록을 새롭게 추가하고 어린이 문화와 어린이문학을 둘러싼 건강한 담론의 장으로 기여하고자 합니다.
2021/09/28
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