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비릿》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비릿》에게 문학잡지는 “문학잡지”입니다. 다만 《비릿》은 이 네 글자의 합성어를 구성하는 두 단어, ‘문학’과 ‘잡지’ 사이에 실은 괄호 하나가 생략되어 있으며 그 괄호 안에는 접미사 ‘적(的)’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로서의 문학잡지를 지향합니다. 요컨대 문학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문학잡지의 문학일 수 있다는 생각…… 그리하여 《비릿》은 이 세상의 모든 문학잡지가 그날그날 조금씩 다른 문학을 경험할 수 있는 공연장 같은 것이기를 바랍니다. 공연은 공연이되 경연은 아닌, 서로 다른 기준과 소실점을 나눌 수 있는, 그동안 각자 바라봐온 문학을 잠시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작은 페스티벌 같은 것이기를 바랍니다. 달리 말하자면 《비릿》에게 문학잡지는 문학잡지를 향한 《비릿》의 기대 자체이며 그것은 스스로 끝없이 포개어질 가능성이 있는 비유이고 그렇게 무한히 확장될 여지가 남아 있는 의미입니다.


   Q. 독립잡지의 지속적 발행은 어떻게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독립잡지가 비독립잡지와 의미상 구별되는 지점은 당연히 ‘독립’에 있을 것입니다. 《비릿》은 독립잡지의 지속적 발행이 어떻게 가능한지 답하기 전에 왜들 독립을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마도 만드는 이들 저마다 가슴 안에 품은 사연이나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것을 걷어낸다면 그 자리에는 ‘능동성’이라고 부를 만한 공통적인 태도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어느 날 우리를 능동하게 한 것입니다. 능동하여 독립하게 한 것입니다. 이때 잊지 않는 편이 좋을 사실은 능동과 독립의 자유에 마땅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그 책임 중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잡지 발행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인 듯합니다. 그러니까 독립잡지를 발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최우선 목적이라면 능동과 독립의 주체는 사전에 충분한 여유 자본을 축적해두었거나 꾸준히 충당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비릿》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것은 《비릿》의 최우선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건대 《비릿》은 만들어져야 할 때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비릿》을 만든 이들에게 《비릿》은 일종의 타이밍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비릿》의 시간은 그냥 흐르게 내버려두지 않기로 마음먹은 시간이었고 그 시간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이름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는 몇몇 독립잡지 또한 비슷한 사정을 겪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어달리기 같은 것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타나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이름들 사이에서 받았는지 모르게 받은 무엇인가를 다시 넘겨주는 것이 우리 몫의 역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혹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놓칠 수 없는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비릿》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럴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합니다.




   근간인 《비릿》 4호에서는 문학계 독립씬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문단 안팎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매체와 작가 들, 즉 ‘Independent Makers’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또한 이를 매개로 문단 체제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예감하는 젊은 비평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비릿》 4호는 이에 대한 답안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지금, 여기의 우리가 어떤 과정에 있음을 적시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막연히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그 과정에서 밟아오를 하나의 층계에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비릿》
   창간년월: 2019년 4월
   발행주기: 6개월
   구성원: 곽연주 김나영 신아영 조현준 한의연 그리고 디자이너 나다은
   instagram.com/be_literature

비릿

《비릿》은 한국 문학과 사회에 고착화된 경계들을 응시합니다. 우리는 그간 문학장 안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음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유의미한 작품활동을 이어온 이를 주제작가로 선정합니다. 나아가 그를 중심으로 다른 여러 작가가 공동 작업한 컴필레이션 앨범 형태의 문학잡지를 꿈꿉니다.

2021/05/25
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