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과 1인 출판사와 저자가 모여서 이야기 나누었다. 주제는 누가 가장 가난한가. 동네책방은 찾아오지 않는 독자 이야기를 하며 가장 가난하다고 주장했다. 1인 출판사는 팔리지 않는 책을 근거로 들면서 제일 가난하다고 역설했고, 저자는 들어오지 않는 인세로 가난을 증명했다. 정말 누가 가장 가난한지 따져보았다.
   먼저 동네책방은 정가의 70% 금액으로 책을 입고한다. 총 수익은 30%다. 임대료로 수익의 10~15%가 지출된다. 카드 수수료를 포함해서, 전기세 등 공과금으로 5~10%를 낸다. 실수익으로 10% 남는다. 두번째, 출판사는 어떨까. 편집비, 디자인비, 종잇값, 인쇄비 등의 제작비는 통상 책값의 30~50%. 여기에 마케팅비와 물류비 등 10%를 더하고, 인세 10%를 붙여서 도매상에 50~70%에 입고한다. 이 또한 실수익은 10%. 마지막으로 저자 인세는 통상 10%. 동네책방과 1인 출판사와 저자의 수익이 책값의 10%다. 누가 더 가난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동네책방은 정가 15,000원인 책을 월 100권 팔면 15만원 벌고, 1000권 판매하면 150만원이 실수익이다. 이 수익이 바로 자기 인건비다. 1인 출판사도 비슷하게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떨까. 요즘 초판 1쇄로 1000권을 찍는다. 인세로 150만원을 받는다. 6개월~1년 동안 책 한 권 쓰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적은 인세다. 동네책방, 1인 출판사, 저자 모두 2020년 최저월급 179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모두 다 너무도 가난하다.
   그래서 동네책방지기는 책방에서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한다. 1인 출판사는 자기 출판사의 책만이 아니라 다른 출판사의 책을 편집하고, 때론 음식배달 오토바이도 탄다. 저자는 글 쓰는 것만 아니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무엇인가 일을 할 테고. 모두 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도서정가제와 관련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10% 할인과 5% 적립과 무료배송을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15,000원 정가의 책을 살 때, 도서에 적힌 금액이 아니라 10% 할인 금액인 13,500원을 내고 결제액의 5%인 적립금 675원을 받고, 2,500원의 배송비를 내지 않고도 책을 집에서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10,325원에 책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동네책방은 책값의 70% 금액인 10,500원에 책을 받는다. 도저히 현행 도서정가제에서 허용하는 가격, 10,325원에 책을 판매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제도가 허용되고 있을까?
   2003년 도서정가제가 도입될 때, 온라인서점의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오프라인서점은 할 수 없는 할인을 온라인서점만 가능하도록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서 법제화했다. 그뒤 2007년 개정으로 오프라인서점도 할인할 수 있도록 법이 바꾸었다. 2014년엔 10%였던 적립률을 5%로 낮추었다. 2017년까지 총 세 차례나 개정했지만, 여전히 온라인서점에만 유리한 법률의 틀은 그대로다.
   온라인서점은 시장 점유율 때문에 할인 제도를 주장한다. 온라인서점은 동네책방보다 통상 10% 낮은 60% 공급률로 책을 받고 있기에, 할인 판매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온라인서점의 낮은 공급률은 출판사의 희생을 강요한다. 출판사의 통상적인 수익보다 10%를 줄여야, 온라인서점에서 요구하는 가격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이 가격에 맞추기 위해서 제작비를 낮추어야 한다. 그래서 마케팅비를 줄이려고, 마케팅부를 없앤다. 편집비를 줄이려고 편집자를 고용하지 않고 외주로 진행한다. 교정과 교열 횟수를 줄인다. 인쇄 단가를 낮춘다. 그리고 저자 인세를 마지막으로 줄인다. 저자 인세를 줄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통상 인세인 10%보다 낮은 5~8%로 계약한다. 이보다 낮은 3% 인세를 받는다는 저자 이야기도 들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3년 한시법이어서, 2020년 다시 개정 시기를 맞았다. 이번엔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재의 제도보다 더 많은 도서 할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서전에서만 30% 이상의 할인을 하고, 구간 재고 도서를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나섰다. 어려운 가계 살림에 보탬을 주겠다는, 소비자 후생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동네책방과 1인 출판사와 작가는 이러한 법안 추진에 적극 나서서 반대했다.
   만약 지금보다 더 많은 할인이 도입된다면, 지금도 온라인서점과의 숨막히는 경쟁 때문에 겨우 숨을 쉬는 동네책방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또 대형 출판사에 치여서 간신히 살아가는 1인 출판사의 생명줄은 끊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명 작가가 아니고선 책 출간조차 쉽지 않은 저자의 자리는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할인 경쟁으로 출판계 전체가 혼탁해지고 문화의 토대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서, 출판단체와 서점단체와 문화단체가 2020년 8월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도를 막고자 노력했다. 2020년 11월 20일인 법제의 시한이 지났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개정법률안은 발의만 했지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동네책방과 1인 출판사와 저자가 요구하는 것은 강자만을 위한 법제를 없애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더 많은 할인 제도가 아니라 문화의 싹이 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과한 요구인지, 문체부 장관과 담당 국장과 과장에게 묻고 싶었다. 그래서 2020년 9월 7일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도록,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기로 했는데도 문체부의 누구 한 사람 정책 추진의 잘못과 혼란을 빚은 점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동네책방 주인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제도 도입을 강행하면서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문체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정부 입법으로 추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작 의원 입법으로 문체부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했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문제는 남았고, 정책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고, 문화는 이곳에서 도통 찾을 수 없다. 동네책방은, 1인 출판사는, 저자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오늘 대답을 구한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 책방에서 꿈을 꾸는 사람. 앞으로 한국 서점의 미래를 연구하고 싶다.

2021/01/26
3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