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1회 작가연대 총파업 돌입, 작가들 노동환경 개선되나
작가연대 8월 1일 총파업 돌입해
주요 문예지, 단행본 등 출간 연기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평론가 등 총 3백여 명으로 구성된 작가연대가 지난 7월 31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80%가 찬성하여 8월 1일부터 작가연대의 총파업이 실시된다. 작가들이 연대 조직체를 구성하여 문예지 및 단행본 출간을 위한 출판사의 업무 요청에 불응하는 총파업은 사상 처음이다. 이로 인해 계절 단위로 출간되는 문예지의 경우 가을호 출간이 중단되었으며 출간이 예정되어 있던 시집과 소설집 등 단행본들의 발간 계획 역시 잠정적으로 불투명해졌다.
최저 고료에 대한 최근의 문제의식은 2018년 sf작가 단체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에서 최저 고료제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서부터 비롯됐다. 최근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전국여성노조 산하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지회’ 역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공론화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몇몇 작가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문학출판계의 환경 역시 개선되기 위해서는 조직체를 구성하여 단체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에 호응하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작가연대가 출범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지발간사업 평가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문학출판계의 원고료의 평균 원고료는 시는 67,586원, 동시는 30,000원, 단편소설은 8,679원, 동화는 7,000원, 비평은 6,885원이다. 2012년에 《문학동네》와 《창비》 《문학과사회》가 10년 간 동결되어 있던 고료를 20~50% 가량 인상한 바 있으나 이외의 문예지들은 큰 변동이 없어 사실상 평균 원고료는 15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사업의 안일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문예진흥위원회에서 추진한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신규사업은 출판계에서 통용되는 평균 원고료를 그대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작가연대는 “만 39세 이하인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지원사업에서조차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부가 보완하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정당화하는 것에 기여하고 있음에 분노하며 작가들이 직접 모여 단체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출판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에 동감하나, 출판시장의 오랜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자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출판사들에 여유자금이 거의 없다는 점을 양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시내 중심지에 북카페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투자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원고료와 분리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작가연대는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원고료의 3배 인상을 목표로 단체교섭을 다시 준비 중에 있다”고 전하면서 “원고료 인상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출판노조협회에서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과도 연대할 것”이라 밝혔다. 단지 작가뿐 아니라 외주 편집자 등 출판계의 다양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출판 생태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다. 작가연대의 단체 행동에 대해 출판사들 역시 이는 한 번에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선을 긋고 있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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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작가연대’가 없으니 위의 ‘총파업 기사’는 상상으로 지어낸 것이다. 기사 초고를 쓴 후에 동료 작가들에게 보여주면서 디테일을 보완했다. 그러니 위 기사는 일종의 공동창작인 셈인데,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디테일을 만들어나가는 동안 다들 무척 즐거워했다는 점이다. 이때의 즐거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작가들이 모여 조직체를 만들고 원고료 인상을 위해 여러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단체 교섭을 벌이는 일은(물론 상상된 기사에 따르면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비유》의 ‘자기만의 방’ 프로젝트1)가 진행되던 도중에 처음 떠올랐다. 월 10만원으로 작업실을 구하는 도중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시점에 작가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이건 그냥 총파업을 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로부터 개별적으로 청탁을 받아서 일을 하는 작가들의 노동환경 구조는 공동체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우리는 ‘공동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해왔을까? 프리랜서라는 공통된 고용 형태로 활동하는 타 분야에서 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 연대 조직체 등 다양한 공동의 장을 형성하는 동안 어째서 문학출판계에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일까? 문학출판계만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형성한다면 그것은 타 분야와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으로 나아가기 전, 우선 문학출판계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했다. 마침 ‘예술-( )-기본소득’ 키워드로 연재 중이었던 《문학3》과 함께 2019년 1월 31일에 ‘내/일을 위한 시간’ 행사2)를 열었다. 《비유》와 《문학3》 독자들이 같이 모일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해뒀던 여러 질문들을 나눴다.
주요 문예지, 단행본 등 출간 연기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평론가 등 총 3백여 명으로 구성된 작가연대가 지난 7월 31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80%가 찬성하여 8월 1일부터 작가연대의 총파업이 실시된다. 작가들이 연대 조직체를 구성하여 문예지 및 단행본 출간을 위한 출판사의 업무 요청에 불응하는 총파업은 사상 처음이다. 이로 인해 계절 단위로 출간되는 문예지의 경우 가을호 출간이 중단되었으며 출간이 예정되어 있던 시집과 소설집 등 단행본들의 발간 계획 역시 잠정적으로 불투명해졌다.
최저 고료에 대한 최근의 문제의식은 2018년 sf작가 단체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에서 최저 고료제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서부터 비롯됐다. 최근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전국여성노조 산하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지회’ 역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공론화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몇몇 작가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문학출판계의 환경 역시 개선되기 위해서는 조직체를 구성하여 단체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에 호응하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작가연대가 출범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지발간사업 평가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문학출판계의 원고료의 평균 원고료는 시는 67,586원, 동시는 30,000원, 단편소설은 8,679원, 동화는 7,000원, 비평은 6,885원이다. 2012년에 《문학동네》와 《창비》 《문학과사회》가 10년 간 동결되어 있던 고료를 20~50% 가량 인상한 바 있으나 이외의 문예지들은 큰 변동이 없어 사실상 평균 원고료는 15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사업의 안일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문예진흥위원회에서 추진한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신규사업은 출판계에서 통용되는 평균 원고료를 그대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작가연대는 “만 39세 이하인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지원사업에서조차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부가 보완하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정당화하는 것에 기여하고 있음에 분노하며 작가들이 직접 모여 단체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출판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에 동감하나, 출판시장의 오랜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자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출판사들에 여유자금이 거의 없다는 점을 양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시내 중심지에 북카페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투자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원고료와 분리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작가연대는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원고료의 3배 인상을 목표로 단체교섭을 다시 준비 중에 있다”고 전하면서 “원고료 인상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출판노조협회에서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과도 연대할 것”이라 밝혔다. 단지 작가뿐 아니라 외주 편집자 등 출판계의 다양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출판 생태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다. 작가연대의 단체 행동에 대해 출판사들 역시 이는 한 번에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선을 긋고 있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 ‘작가연대’가 없으니 위의 ‘총파업 기사’는 상상으로 지어낸 것이다. 기사 초고를 쓴 후에 동료 작가들에게 보여주면서 디테일을 보완했다. 그러니 위 기사는 일종의 공동창작인 셈인데,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디테일을 만들어나가는 동안 다들 무척 즐거워했다는 점이다. 이때의 즐거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작가들이 모여 조직체를 만들고 원고료 인상을 위해 여러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단체 교섭을 벌이는 일은(물론 상상된 기사에 따르면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비유》의 ‘자기만의 방’ 프로젝트1)가 진행되던 도중에 처음 떠올랐다. 월 10만원으로 작업실을 구하는 도중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시점에 작가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이건 그냥 총파업을 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로부터 개별적으로 청탁을 받아서 일을 하는 작가들의 노동환경 구조는 공동체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우리는 ‘공동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해왔을까? 프리랜서라는 공통된 고용 형태로 활동하는 타 분야에서 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 연대 조직체 등 다양한 공동의 장을 형성하는 동안 어째서 문학출판계에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일까? 문학출판계만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형성한다면 그것은 타 분야와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으로 나아가기 전, 우선 문학출판계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했다. 마침 ‘예술-( )-기본소득’ 키워드로 연재 중이었던 《문학3》과 함께 2019년 1월 31일에 ‘내/일을 위한 시간’ 행사2)를 열었다. 《비유》와 《문학3》 독자들이 같이 모일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해뒀던 여러 질문들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