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말
   2017년 9월 26일은 ‘디지털 성범죄 방지 종합 대책’ 청와대 브리핑이 있었던 날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기존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고, 몰카 수입 및 판매는 등록제로, 불법 영상물의 삭제 및 차단 기간을 10일에서 3일 이내로 줄이며, 삭제 비용은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활동해온 DSO의 하예나 활동가에게 그날 하루는 어떤 하루였을까요?


   “모두 챙기고 나온 게 맞아?”
   사무실에서 밖으로 향하는 길, 썬 언니는 나에게 확인차 물어본다. 나는 손가락을 꼽아 고민했다. 자료집은 국회로 바로 배달해달라고 요청했고, 참석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석 확인 메시지를 돌렸다. 다과는 국회에서 준비하기로 했고, 발제자로 서기로 한 썬 언니는 밤새 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우리가 골머리를 앓았던 발제 자료는 USB에 옮겨 담아서 지금 내 주머니에 들어 있다. “아마도 맞는 거 같아.” 사실 이 말을 하는 내 목소리에 그리 자신감이 담기지는 않았다. 항상 무언가를 빼먹는 나쁜 버릇 때문에 이번에도 혹시 무언가를 빼먹었을까봐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신분증은 챙겼지?”
   언니가 한번 더 물어봤다.
   “응, 챙겼어.”
   오늘은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가 있는 날이다. 마포구에 DSO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국회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다리 하나만 건너면 국회의사당의 지붕이 보였고 우리는 의원회관 앞에 내려 한번 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체크했다. 우리는 평소보다 더 긴장한 태도로 국회에 들어갔다. 내심 긴장되는 이유는, DSO와 국회가 함께 주최로 올라가는 첫 토론회였기 때문이다. 토론회는 무려 4시간이나 진행될 예정이었고 나와 썬 언니는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여러 단체 중 하나긴 했지만 국회와 함께 주최 측으로 올라간다는 자체가 감회가 새로웠다.

   국회 안에 들어가 상황을 살펴보니 토론회가 열리는 국회의원회관 제2회의실 앞에 자료집이 정리되어 있었다. 예쁘게 제본된 자료집을 보니 벌써부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며 자료집을 가져가도 되냐 물어봤다. 그중 낯익은 사람도 있었다.
   “반가워요. 고생 많으시네요.”
   “아, 반가워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의 불법 성산업 감시본부 측 선생님들과 성폭력 상담소의 선생님들이 가장 먼저 들어오셨다. 안에는 남인순 의원실의 비서관님이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며 회의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비서관님은 얼굴이 마주치자 노트북을 확인하시며 물었다.
   “피피티는 다 준비해오셨어요?”
   “네.”
   “그래요, 우리 잘해봐요.”

   썬님은 긴장이 역력한 모양새로 발표단 앞에서 스크립트를 수차례 읽었다. 첫 발표는 썬 언니, 즉 DSO의 피해자 지원 및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선미 언니였다. 언니는 2년 전 소라넷 사건 때부터 지금까지 모니터링을 해왔기 때문에, 더욱 이 문제에 있어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15분 내로 꽉꽉 줄여서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클 것이었다. 맘 같아서는 1시간 아니 일주일을 이야기를 쏟아도 부족한데 말이다.
   “그런데 이 넓은 회의장이 정말 다 찰 수 있을까요?”
   토론회가 열리는 회의실은 대회의실이었다. 70~80명 정도의 인원 수용이 가능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와보니 상상 이상으로 넓어서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득했다.
   “오늘 청와대에서 발표하는 것도 있어서 기자들이나 사람들이 이쪽으로 올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시간이 겹치지는 않잖아요.”
   사실 토론회를 준비하는 도중 국무총리실에서 ‘디지털 성폭력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그 일정이 이번 토론회와 맞물리는 바람에 더욱 긴장이 되었다. ‘하필 왜 일정을 오늘로 잡았담.’ 괜히 투정을 부렸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1시간 정도를 기다렸을까? 회의실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졌다. 빈자리 없이 꽉꽉 찬 자리를 보며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국회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여성민우회 상임대표이신 김민문정 선생님께서 사회를 보셨다. 의원님들은 차례로 인사말을 올리고 드디어 썬님의 발표 차례가 되었다. 언니는 스크립트를 들고 차분하게 자신이 이제까지 보아온 인터넷 세계의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 주목해온 해외 사이트와 웹하드와의 연결점을 말하며 격정을 토했다.
   최근 디지털 성폭력 자료가 올라오는 해외 사이트 중 웹하드에 가입을 해야 가입과 이용이 가능하다든지 게시된 글을 클릭하면 웹하드로 바로 이동하는 등의 몇몇 사이트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해당 사이트들은 어떻게든 디지털 성폭력으로 유통 구조를 만드려는 속셈을 그대로 내비친 것과 같았다. 썬님은 이를 고발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경찰에 고소, 고발을 하기에는 아직까지 방법을 찾지 못하겠으니 국회에서 이를 호소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 괜찮았어?”
   첫 발표를 끝마치고 온 언니는 자리로 돌아와 작게 소곤거렸다.
   “잘했어.”

   이어 십대인권센터에서 오신 권주리 선생님의 발표가 있었다. 선생님은 요즘 핸드폰 채팅 어플에서 일어나는 십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김현아 변호사님은 피해자 지원 체계의 비영리화와 피해자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 그리고 변동이 많은 디지털 성폭력의 범죄 형태에 대하여 말씀하시며, 촬영에 동의하였더라도 유포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영리 목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경우가 모두 다르며 이 또한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활동을 하다보면 경찰에게 소외당한 피해자가 너무나도 많았다. 현재 성폭력 특별법은 ‘카메라 이용 촬영 죄’라는 죄목을 가지고 있는데, 촬영 관련 범죄에 너무 집중하여 경찰 쪽에서 수사를 거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요즘 십대의 경우 권주리 선생님의 말씀처럼 사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주고 해당 사진이 유포되는지도 모르는 십대들이 너무 많았다. 나 또한 학창 시절 채팅을 하다보면 몸 사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했었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5학년 때가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무엇을 배웠는가 생각을 해본다면, 적어도 성교육 시간에 자신의 몸 사진을 찍어 남에게 보낸다면 타인이 어떻게 악용하고, 나를 어떻게 대할 수 있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전혀 배운 적이 없었다.
   나는 이전에 아동 성 착취 영상에 대한 조사를 하며, 한국이 아동 포르노 유통국 6위에 속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1) 이는 2006년 통계이며 2010년 경찰청이 낸 다른 통계에서는 6개 파일 공유 사이트의 아동 포르노 영상을 조사한 결과, 국내 제작물이 383건이고 해외 제작물이 274건으로 대부분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영상 383건의 88.5퍼센트(339건)는 카메라로 자신을 찍어 판매한 것이었다고 한다. 2014년의 또다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아동 포르노를 소지하거나 유포하여 검거된 자의 3분의 1이 초등학생이며, 청소년까지 포함한다면 절반 가까이가 미성년자라고 한다.
   아동이 검거되었다고? 나는 이에 크게 기겁했다. “벌써부터 ‘그런 것’에 물든 아이가 걱정된다.”는 학부모의 인터뷰 기사를 보기도 했다. 아이들을 문제의 대상으로 표현하고 아이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듯한 기사에 사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캐나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아동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성 학대가 된다. 영국에서는 인터넷 상으로 일어나는 성적인 요구 또한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트위터나 텀블러에는 초등학생이 운영하는 성적인 계정이 제법 있었고, 이에 아이들의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수많은 찬양 글이 달렸다. ‘한번 만나볼 수 있니?’ ‘네 몸이 너무 아름답구나.’ ‘다른 사진은 언제 올라오니?’
   자신의 욕망을 상냥함으로 감춰 아이를 휘두르던 성인들의 책임은 모두 사라진 채, 아이만 남아 있었다. ‘아동 음란물’이 아닌 아동을 향한 ‘아동 학대 영상’이라 불려야 했다. 음란물, 포르노가 아닌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로 불려야 하는 것은 성인만이 아니라 아동도 포함된다.
   아동을 ‘음란’하고 ‘방탕’하다고 하는 것인지, 아동을 ‘음란’하고 ‘방탕’하게 이용한다는 것인지, 아동을 ‘음란’하고 ‘방탕’하게 대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아동 음란물’이 담고 있는 뜻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하예나씨가 ‘해외 사례를 통한 디지털 성폭력 대안과 IT기업 운영 개선 방향’에 대하여 발표하겠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다보니 벌써 내 순서였다. 나는 해외 사례 중심으로 준비한 자료를 들고 자리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사실 해외 또한 2015년도 IsAnyoneUp 홈페이지 사건으로 국내 소라넷 사건만큼이나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2010년 스물네 살의 ‘헌터 무어’가 제작한 IsAnyoneUp라는 웹사이트는 소라넷과 같이 사용자가 제공한 사진과 등장인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아이디 등이 공개되는 사이트였다.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던 그는 2년의 감옥 생활과 , 7년 동안 50만 달러(5억 6625만원)의 벌금을 내는 판결을 받게 되었다. 또한 2015년 2월 무어는 컴퓨터의 무단 액세스에 대한 가혹한 신분 도용의 조력 및 도발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며 강제 징역형에 추가하여 3년간 보호 관찰을 받게 되었고 또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게 되었다. 그해 7월 2일 홈페이지의 이용자(Charles Evens) 또한 여성의 영상 또는 사진을 판매한 죄로 연방감옥에서 최대 7년을 선고 받게 되었다. 형사 판결만 이리 되었으니 줄이어 민사소송을 받을 그가 배상금을 물어내려면 평생을 빚더미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다른 법체계 속에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 한국은 더욱이 홈페이지를 처벌할 구체적인 법 조항이 필요했다. 그래야 썬님이 고생하던 일도 해결될 것이 아닌가. 또한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지원 할 수 있는 지원책들도 시급했다. 영상의 삭제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될 수 있어야 하며,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의 보상도 지급되어야 한다. 또한 이 문제는 해외 공조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니 내 차례가 지났다. 한시름 덜었다.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보니 크게 실수한 것은 없어 보인다. 옆에 있는 김현아 변호사님도 썬 언니도 괜찮은 발표였다고 칭찬했다. 예의상일지라도 고마웠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방통위에서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발표 내용에 대하여 말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 방지 종합 대책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들으며 핸드폰으로 오늘 아침 발표된 내용의 전문을 찾아봤다. 하나하나 넘겨보니 익숙한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매우 기뻤다. 몰래카메라 유통 차단이나 DNA 필터링, 인공지능 등의 다양한 방법과 자구책들은 우리가 원했고 요청했던 것들이었다. 특히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뛸 듯이 기쁜 이야기다. 하지만 속내로는 무언가 끼얹은 듯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정신이 꿍한 상태로 발표 시간을 버티며 내가 말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자마자 쏟아내듯 이야기했다.
   “다 정말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 당장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지원을 하는 데에 있어 실무적인 부분이 조금 비는 것 같네요. 지금은 2017년이고 삭제, 차단 지원이 된다고 하는 2019년은 너무 멀어요.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우선 경찰서마다 다른 증거를 요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확인해주셨으면 해요. 삭제하는 거 엄청 중요한데 채증 없이 삭제가 된다면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증하는 데에 있어 입증 문제가 발생해요. 업체를 이용해 삭제한 피해자 중 그런 문제가 발생한 피해자가 존재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채증을 하고 삭제 요청을 하게 되는데 체증 과정 자체가 너무 번거롭고 힘이 들어요. 처벌 너무 좋죠. 근데 처벌을 하려면 결국 채증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누구는 JPG 양식을 달라 요구하고, 누구는 PDF로 달라고 요구하고, 누구는 개별적으로 정리해달라고 하고, 누구는 한꺼번에 모아서 정리해달라고 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 고소 고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죠. 결국 피해자는 포기하고요. 경찰서마다 해당 서가 원하는 방식을 맞춰가야 하는데, 그런 양식을 통일하는 것 자체는 큰 힘이 들지 않잖아요.”
   “고소장에 첨부하는 것은 정해진 바는 없어서 일반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채증도 사이트마다 다 다르다보니…… 지원 방안이라는 것은 경찰들이 하는 것은 어렵고, 어떻게 지원할지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그런 시스템이 없으니 단체에서 채증을 준비하는데 그런 과정 자체가 피해자분들이 겪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괴롭네요. 사실 이런 고소 고발 자체도 피해자가 다 자신의 힘으로 해야 하거든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합니다. 저작권법에서는 이것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저작권 보호원에서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때 경찰 한명이 서서 발언을 요청했다.
   “이번 종합 대책에 의하면 1366안내로 채증 및 긴급 삭제 지원을 하는 피해자 종합 서비스랑 연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신고와 채증 과정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여가부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모르는 소리다. 나는 다시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왁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1366센터에서 저희 쪽으로 채증 삭제 지원을 이어주고 있는 것을 아세요? 1366의 피해자들은 결국 우리한테 와요. 뭔가 뚜렷한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민간단체가, 결국 DSO 모니터링팀이 그 일을 하게 되니까 하는 말이에요.”
   말이 뾰족하게 나왔다. 경찰은 나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방심위에 가서 개인구제하면, 삭제 요청하면, 똑같은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대책을 마련할 때 민간에서 대행해주는 것이 문제가 많은데 기관을 지정해서 모델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내가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다. 결국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 아닌가. 사실 그 자리에서 한번 더 답변을 하려 하였으나 발언권이 오지는 않았다. 사실 나에게 발언권이 와봤자 의미 없는 핑퐁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야기가 조금씩 새는 것 같자 성폭력 상담소에서 오신 선생님이 이야기를 정리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문제들에 대한 운동들을 해왔는데요. 기술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고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책임 문제와 구조적인 문제인데, 너무 과학기술에 집중되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경찰청에 질문합니다. 삭제해가는 것뿐 아니라 이 분야를 다룰 때 어떤 방식으로 반성폭력단체나 여성단체 등과의 민관 거버넌스가 필요하지 않을지 생각해보셨나요. 두번째로는 삭제 기술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산업 구조, 누군가는 만들고 누구는 삭제하는, 원천적으로 근본적인 산업 자체에 대한 구조를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게. 산업 구조를 막으려면 제대로 처벌을 해야 할 텐데 말이다. 사실 빈자리 하나가 매우 마음 쓰였는데 이 토론회에 입법부의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벌이 가능한 문제도 처벌 전 채증 단계부터 난관이니 산 넘어 태산이다. 그리하여 지금 원망과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 경찰청이 또다시 답변을 해야 했다. 대답은 성매매, 도박 등으로 광고 수익을 벌고 있는 업자에 대한 이야기와 거버넌스를 통해 역할을 수행했다는 정도의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그리 흘러가다보니 4시간씩이나 토론 시간이 넘어갔다.
   그때 의원님 한분이 말을 제지했다. 사실 핵심을 짚은 말을 던졌다.
   “지금까지 많이 놓치는 곳도 많았군요. 오늘 정책 발표한 것이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인 마음으로, 여기 있는 분들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시일 내에 입법적 보완은 많이 하겠습니다.”
   결국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었다. 2년 동안 많이도 왔다 싶지만, 오늘도 또다시 시작인 마음으로…… 나는 되뇌었다.
   ‘고생 많았어, 우리 더 열심히 하자.’


하예나

게임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평범한 20대이자 아직 세상이 궁금한 20대이다. 오빠 하나와 여동생을 포함한 여섯 식구의 둘째 딸이다. 2015년 소라넷 문제와 함께 디지털 성폭력 운동을 시작하였다.

2017/12/26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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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2년 9월 4일자 기사 <씁쓸한 아동 음란물 유통 6위…경찰 “대부분 미성년이 제작">를 참고함.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00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