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2회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의 날
기획의 말
우리에게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엄마들의 충격적인 모습으로 각인된 그날, 2017년 7월 6일은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가양동의 공진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신설(2019년 3월)하는 내용으로 주민 토론회를 열었던 날입니다. 하지만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파행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민 토론회에 초청한 패널(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이 ‘강서구 주민’이 아니라며 주민들이 단상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9월 5일, 2차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강서구 주민인 동시에 발달장애 학생의 엄마로 자리했던 이은자님의 목소리로 그날 하루를 들어봅니다.
2017년 9월 5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오는 한숨…… 오늘은 참 길고 고단한 하루가 될 것을 알기에 어젯밤부터, 아니 사실은 며칠 전부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마디도 못하고 파행으로 끝난, 지난 7월 6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또 무너져내린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분주하다. 지난 토론회 때 벌어졌던 비상식적인 폭언들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걱정스런 전화, 이번에는 꼭 취재하러 오겠다는 언론들의 전화, 그리고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볼 테니 걱정 말고 할일 하라는 남편의 전화까지. 그렇게 바삐 하루가 가고 저녁 6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시계를 확인하며 토론회장으로 향했다. 담대함을 주시도록 기도했다.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토론회 전 특수학교 설립 찬성 기자회견이 있었다. 강서구 주민과 시민단체로 이뤄진 강서양천공동행동의 주최로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 장소인 탑산초등학교 앞에서 진행되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대부분이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주민들이 주축인데, 처음으로 특수학교 설립 찬성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주민 또한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주민이었다.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을 주장하는 강서양천공동행동 대표에게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언론들의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서 늘 마주치는 주민들 간의 싸움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면서 이런 소란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 토론회에서는 반대하는 주민들만 일방적으로 의견을 냈는데, 이번에는 특수학교 설립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오늘은 지난번과는 분위기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며 토론회장으로 올라갔다.
토론회장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는 특수학교 설립에 아무 의견도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서구청장의 퇴진 서명을 받는 이들이 있었고, 설립 지지 피켓을 들고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이를 제지하는 주민들, 강서구 주민 아니면 못 들어온다고 고함지르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아수라장이었다.
나를 알아본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 혹은 응원의 제스처를 보내는 사람들을 지나 아무렇지도 않게 토론회장으로 들어가 무대 위 패널석에 앉았다. 교육청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상대편 패널들을 살펴보았다. 지난번 토론회에 나왔던 이들도 있었고 새로운 사람도 보였다. 지난 토론회 때 좌장으로 참석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한 변호사가 또 좌장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김성태 의원의 보좌관 경력이 있는 그를 보니 또다시 한숨과 걱정이 밀려왔다.
내 시선은 한쪽 벽면에 자리잡은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을 지나 방청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로 옮겨졌다. 방청객들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앉았는데 왼쪽은 반대쪽 주민들이, 오른쪽은 찬성쪽 주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왼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지난번 1차 토론회 때 욕설과 폭언으로 토론회를 무산시켰던 사람들이 오늘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른쪽에는 늘 익숙한 어머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함께 아이들 키우는 얘기, 연예인 얘기, 잡다한 수다를 떨며 웃고 떠들거나 때로는 함께 눈물 흘리고 때로는 함께 분노하고 함께 싸웠던 어머님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눈앞에 선명하다. 어떤 어머님과 눈이 마주쳤다. 날 보며 미소 짓는다. 나도 옅은 미소로 답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여기 앉아 있는 나와 방청석에 앉아 있는 어머님들의 마음이 서로 같을 텐데……
드디어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한방병원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김성태 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특수학교 반대 측 대표의 길고 장황한 한방병원의 필요성과 특수학교를 반대한 적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리고 내가 발언할 순서가 되었다. 입술이 마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침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해서인지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며 버텼다.
내가 발언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야유와 고성이 오갔다. 사람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가슴에 꽂힌다. 사람들의 조롱 한마디 한마디가 신기하게도 다 들리는 것 같더니 비수가 되어 내게 온다.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았다.
진심으로 호소하면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은 돌릴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는 내가 발언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히 무너지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다음 말이 튀어나왔다. “욕을 하시면 욕을 듣겠다. 모욕을 주셔도 괜찮다. 지나가다가 때리시면 맞겠다. 그런데…… 그런데 학교는 포기할 수 없다.”라고.
찬성 측 어머님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더 크게 욕설과 야유를 쏟아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토론회장 밖으로 나가기 직전의 김성태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간절하게 김성태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 위원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적이 없는데 이기적인 님비 집단으로 자신들을 폄하한다며 억울해했고, 나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게 아니면 비대위 이름부터 바꾸라고 조언했다. 비대위 주민은 소수의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병원을 설립해야 하고 그것이 허준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일이라 주장했다. 나는 병든 자, 가난한 자, 사회적 최약자를 위해 한평생 헌신하신 허준 선생이 오늘을 보면 뭐라 하실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측 주민 중 9명이 한 사람씩 발언을 이어갔고 찬성 측에서는 나와 강서회장, 부회장, 교육청 관계자의 설립 찬성 주장이 이어졌다. 조희연 교육감의 한방병원 설립은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는 다소 강한 발언이 이어졌지만 토론회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역시 의견을 좁힐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던 그때였다.
늘 씩씩하고 밝아 항상 나에게 힘을 주고 위로가 되던 장민희씨가 주민들에게 사정하겠다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난 순간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어머님들이 앞으로 나오더니 무릎을 같이 꿇는 것이 아닌가.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도미노 같았다. 눈앞에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인지할 틈도 없었다.
패널석에 있던 나와 강서회장, 부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사이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쇼하지 말라며 조롱하는 주민들과 무릎 꿇은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무참히도 모욕하는 특수학교 반대 측 패널들을 보고 있자니 참담했다. 무릎을 꿇은 어머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서럽게도 우셨다. 더이상의 토론회 진행이 어려움을 발표하고 토론회가 끝이 났다.
부모로서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던 우리 엄마들의 기나긴 시간은 서로 고생했다고 안아주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내게 왜 아줌마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분노하며 눈물을 흘리는 큰아이에게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엄마니까……”
우리에게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엄마들의 충격적인 모습으로 각인된 그날, 2017년 7월 6일은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가양동의 공진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신설(2019년 3월)하는 내용으로 주민 토론회를 열었던 날입니다. 하지만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파행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민 토론회에 초청한 패널(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이 ‘강서구 주민’이 아니라며 주민들이 단상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9월 5일, 2차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강서구 주민인 동시에 발달장애 학생의 엄마로 자리했던 이은자님의 목소리로 그날 하루를 들어봅니다.
2017년 9월 5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오는 한숨…… 오늘은 참 길고 고단한 하루가 될 것을 알기에 어젯밤부터, 아니 사실은 며칠 전부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마디도 못하고 파행으로 끝난, 지난 7월 6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또 무너져내린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분주하다. 지난 토론회 때 벌어졌던 비상식적인 폭언들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걱정스런 전화, 이번에는 꼭 취재하러 오겠다는 언론들의 전화, 그리고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볼 테니 걱정 말고 할일 하라는 남편의 전화까지. 그렇게 바삐 하루가 가고 저녁 6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시계를 확인하며 토론회장으로 향했다. 담대함을 주시도록 기도했다.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토론회 전 특수학교 설립 찬성 기자회견이 있었다. 강서구 주민과 시민단체로 이뤄진 강서양천공동행동의 주최로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 장소인 탑산초등학교 앞에서 진행되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대부분이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주민들이 주축인데, 처음으로 특수학교 설립 찬성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주민 또한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주민이었다.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을 주장하는 강서양천공동행동 대표에게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언론들의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서 늘 마주치는 주민들 간의 싸움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면서 이런 소란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 토론회에서는 반대하는 주민들만 일방적으로 의견을 냈는데, 이번에는 특수학교 설립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오늘은 지난번과는 분위기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며 토론회장으로 올라갔다.
토론회장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는 특수학교 설립에 아무 의견도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서구청장의 퇴진 서명을 받는 이들이 있었고, 설립 지지 피켓을 들고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이를 제지하는 주민들, 강서구 주민 아니면 못 들어온다고 고함지르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아수라장이었다.
나를 알아본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 혹은 응원의 제스처를 보내는 사람들을 지나 아무렇지도 않게 토론회장으로 들어가 무대 위 패널석에 앉았다. 교육청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상대편 패널들을 살펴보았다. 지난번 토론회에 나왔던 이들도 있었고 새로운 사람도 보였다. 지난 토론회 때 좌장으로 참석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한 변호사가 또 좌장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김성태 의원의 보좌관 경력이 있는 그를 보니 또다시 한숨과 걱정이 밀려왔다.
내 시선은 한쪽 벽면에 자리잡은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을 지나 방청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로 옮겨졌다. 방청객들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앉았는데 왼쪽은 반대쪽 주민들이, 오른쪽은 찬성쪽 주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왼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지난번 1차 토론회 때 욕설과 폭언으로 토론회를 무산시켰던 사람들이 오늘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른쪽에는 늘 익숙한 어머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함께 아이들 키우는 얘기, 연예인 얘기, 잡다한 수다를 떨며 웃고 떠들거나 때로는 함께 눈물 흘리고 때로는 함께 분노하고 함께 싸웠던 어머님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눈앞에 선명하다. 어떤 어머님과 눈이 마주쳤다. 날 보며 미소 짓는다. 나도 옅은 미소로 답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여기 앉아 있는 나와 방청석에 앉아 있는 어머님들의 마음이 서로 같을 텐데……
드디어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한방병원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김성태 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특수학교 반대 측 대표의 길고 장황한 한방병원의 필요성과 특수학교를 반대한 적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리고 내가 발언할 순서가 되었다. 입술이 마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침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해서인지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며 버텼다.
내가 발언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야유와 고성이 오갔다. 사람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가슴에 꽂힌다. 사람들의 조롱 한마디 한마디가 신기하게도 다 들리는 것 같더니 비수가 되어 내게 온다.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았다.
진심으로 호소하면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은 돌릴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는 내가 발언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히 무너지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다음 말이 튀어나왔다. “욕을 하시면 욕을 듣겠다. 모욕을 주셔도 괜찮다. 지나가다가 때리시면 맞겠다. 그런데…… 그런데 학교는 포기할 수 없다.”라고.
찬성 측 어머님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더 크게 욕설과 야유를 쏟아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토론회장 밖으로 나가기 직전의 김성태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간절하게 김성태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 위원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적이 없는데 이기적인 님비 집단으로 자신들을 폄하한다며 억울해했고, 나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게 아니면 비대위 이름부터 바꾸라고 조언했다. 비대위 주민은 소수의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병원을 설립해야 하고 그것이 허준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일이라 주장했다. 나는 병든 자, 가난한 자, 사회적 최약자를 위해 한평생 헌신하신 허준 선생이 오늘을 보면 뭐라 하실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측 주민 중 9명이 한 사람씩 발언을 이어갔고 찬성 측에서는 나와 강서회장, 부회장, 교육청 관계자의 설립 찬성 주장이 이어졌다. 조희연 교육감의 한방병원 설립은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는 다소 강한 발언이 이어졌지만 토론회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역시 의견을 좁힐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던 그때였다.
늘 씩씩하고 밝아 항상 나에게 힘을 주고 위로가 되던 장민희씨가 주민들에게 사정하겠다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난 순간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어머님들이 앞으로 나오더니 무릎을 같이 꿇는 것이 아닌가.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도미노 같았다. 눈앞에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인지할 틈도 없었다.
패널석에 있던 나와 강서회장, 부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사이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쇼하지 말라며 조롱하는 주민들과 무릎 꿇은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무참히도 모욕하는 특수학교 반대 측 패널들을 보고 있자니 참담했다. 무릎을 꿇은 어머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서럽게도 우셨다. 더이상의 토론회 진행이 어려움을 발표하고 토론회가 끝이 났다.
부모로서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던 우리 엄마들의 기나긴 시간은 서로 고생했다고 안아주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내게 왜 아줌마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분노하며 눈물을 흘리는 큰아이에게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엄마니까……”
이은자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고3이 된 발달장애 학생의 엄마입니다.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