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와 만년필》에게 문학잡지는 ‘식탁’입니다. 유음 출판사가 처음 문 연 날부터 다 같이 사무실에서 밥을 지어 먹게 되었는데요. 밥을 하고 상을 차리면서 자연스럽게 잡지 만드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회의도 식탁에 둘러앉아 진행할 때가 많아요. 유음 구성원들 각자 문학, 도시문제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관심사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끌어안고 있지만 당장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잖아요. 꾸준하게 문학을 하고 책을 만들고 관심 있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잘 생활할 수 있을지가 유음이 문학잡지를 만들면서 해 온 고민이에요. 관심 있는 것에서 밥을 만들어 내는 게 저희의 목표이고, 그런 구석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젤리와 만년필》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우선 청탁을 드릴 때는 작가가 이전에 어떤 작품을 써 왔는지 최대한 찾아 읽어 보려고 노력합니다. 작품을 살펴보면서 《젤리와 만년필》에는 어떤 글을 써 주실 수 있을까 고민을 해 보고요. 또,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더라도 많은 작가들이 다음 지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어서요. 어떻게 하면 지면이 골고루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고요. 좋은 글을 쓰시지만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작가에게 지면을 드리자는 마음을 갖고 여러 매체를 통해 작품을 찾아 읽습니다.

   내용적인 기준은 각자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젤리와 만년필》을 만드는 우리가 읽었을 때 모두가 공감하고 재미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온다면 독자 역시 그 작품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는 작품일 때는 문장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 조금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로 기워진 글이 아닌지 의심을 합니다.

   《젤리와 만년필》이 고양이 중심 문예지잖아요. 저희가 문학을 말하면서 고양이를 내세운 건 고양이가 내포하는 의미도 많지만 일단 사람들이 우리 잡지를 ‘귀여워서’ 집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떠올리게 된 거였어요. ‘문학잡지’하면 흔히 두껍고 무거운 책,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렇게 만들기는 싫었어요. 《젤리와 만년필》에 실린 시나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문학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끔 하는 작품을 저희는 찾고 있습니다.



《젤리와 만년필》

창간년도: 2017년 7월

발행주기: 연 3회(2~5월, 6~9월, 10~1월)
구성원: 정현석(발행), 김보민, 지하나, 최창근(이상 편집)
www.facebook.com/the.yueum


문학중심 유음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