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신기롭고 재미있어요. 어른들이 생각하는 질서나 법칙이 그림에서 보이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교실을 그렸다면 멀리 놓여 있는 것도 가까이서 본 것처럼 크게 그려져 있을 거예요. 어른들이 말하는 원근법은 지워져 있지요. 수많은 좋은 동시에서 그려낸 세계도 보는 자의 위치나 시선을 중심에 두었거나 대상에 서열을 매기는 법이 없어요.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동시란 아직, 그리고 언제까지나 원근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모두가 주체이고 중심인 세계입니다. 《동시마중》도 그렇지요. 새로운 시도와 낮은 목소리를 차별과 위계 없이 한자리에 놓는 동시마당이 되고자 해요.


  동시세계에 우리를 초대한다는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동시는 작고 낮고 어린 사람에게 다가가는 시여서 시보다 작고 낮고 순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권태응의 시(“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떼 날아와 따 먹을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_「땅감나무」 전문)에서 시인이 시(감나무)를 두고 동시(땅감나무)를 선택한 마음처럼, 그러니까 “까마귀떼”로부터 “아기들”의 세계를 지켜주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맞춤한 동시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예민하게 눈과 귀를 열고 마음을 건드리는 것에 주목하고 그것에 가까이 다가서는 좋은 동시는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들이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되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가 됩니다. 엄살이나 청승을 떨지 않고 감상이나 과장에 빠지지 않아요. 군말을 더 덜어낸 시의 정수가 동시입니다. 노래 같기도 하고 메아리 같기도 한, 동시에 귀를 기울여보시기를, 동시가 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온기를 차차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동시마중》

창간년월: 2010년 5월
발행주기: 격월간
구성원: 송선미(발행인), 김륭, 김준현, 송진권, 송찬호, 신민규, 이안, 정유경, 홍성지(이상 편집위원), 김경진, 윤정미(이상 편집), 송승훈(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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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마중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