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은 3개월에 한 번 발행이 되는 계간지인데요. 3개월마다 만선의 꿈을 안고 항해를 나가는 고기잡이배와 비슷한 것 같아요. 저희는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문예지’라는 다소 긴 부제를 가지고 있어요. 이 부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키친테이블 노블’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그에 대해 김연수 작가가 쓴 글에서 비롯되었어요. 하지만 《영향력》은 일과를 끝낸 후 써내려갔던 모든 종류의 글들을 싣고 싶었기에 ‘키친테이블 노블’을 ‘키친테이블 라이팅’이라고 바꾸면서 이 부제에 대해 저희만의 정의가 만들어졌는데요.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그 언제라도) 부엌 식탁에(그 어디에라도) 앉아 써내려간 글’이 바로 그것이죠. 저희는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문학적인 글쓰기를 통해 하나의 작품을 완결한 작가 모두를 대상으로 투고를 받고 있어요. 고기가 많이 잡히길 바라면서 항해하는 고기잡이배처럼, 계속해서 좋은 원고가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항해하고 있습니다. 이 배를 띄울 때마다 얼마나 멀리 나가야 할지 또 얼마나 기다려야 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바닷속에 물고기가 반드시 살고 있는 것처럼 어딘가에는 반드시 밤마다 혼자서 글을 쓰는 분들이 계시다고 생각해요. 《영향력》을 배처럼 띄워 혼자서 글을 쓰시고 계시는 분들을 계속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쓰는 동안의 시간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까지 《영향력》은 총 일곱 권 발행되었어요. 5호까지는 ISBN을 찍지 않고 만들었다가 6호부터는 1인 출판사로 등록을 하고 발행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1인 출판사 이름이 ‘밤의 출항’이거든요. 출판사 이름을 이렇게 정하게 된 이유는 글 쓰는 동안의 시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저희 잡지에 글을 싣는 작가들은 전업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생업을 끝내야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어요. 어느 날 글쓰기를 마치고 잠들기 위해 누웠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에 배를 띄우기 위해서 선착장에 묶여 있는 밧줄을 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건 꼭 글 쓰는 사람들의 모습 같았어요. 깜깜한 밤에 배를 띄워 바다로 나간다면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혼자서 배를 타고 있겠죠. 어디론가 노를 저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저 물결 위에 배를 띄워놓고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 보름달을 보거나 물소리를 듣거나 바람을 느낄 수도 있고요. 어쨌든 어두운 밤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혼자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글 쓰는 시간과 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나 등단하지 않으신 분들이 글을 쓰실 때는 이 글이 어떻게 될지, 누구에게 읽힐지, 어떤 효용이나 의미가 있을지 아무것도 상정하지 않은 채 글을 쓸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것, 아마도 그것이 글쓰기의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영향력》

창간년월: 2016년 2월
발행주기: 계간
구성원: 은미향, 김정애
blog.naver.com/kitchentablewriting
instagram.com/kitchentablewriting


밤의 출항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