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푸른 멸치떼 / 황사
푸른 멸치떼
한밤중
작고 작은 소리
사삭 사삭 스스스
거실로 나가니
가늘고 긴 파란 줄,
멸치떼다!
빠꼼 열린 냉동실
검은 비닐봉지에서 탈출한 멸치들이
거실을 가로질러
아파트 외벽을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멸치들아,
너희들 원래 파란색이었니?
놀라서 묻자 멸치들은
반짝이는 새까만 눈으로
한꺼번에 나를 쳐다봤다
파란색이면 뭐 안 되니?
안 될 건 없었다
며칠 뒤
엄마가 냉동실 문 열고
고개 갸웃거릴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엄마를 걱정시킬 필요는 없다
그나저나,
바다로 간 눈부시게 파란 멸치들아
그곳에서 행복한 거지?
황사
온통 뿌연 세상
뿌리 없는 빌딩들
시든 귤처럼
용기 잃은 태양
유령처럼 흔들리며
가면 쓰고 걷는
커다란 물고기들
숨을 할딱이며
지구 어항 속을 걷는
사람 물고기들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면
서걱이는 모래알
한 줌
이창숙
어떤 동화는 시로 바꾸니 생기가 돌았고 어떤 시는 동화로 바꾸니 고소해졌다. 원래, 시 속에 이야기가 숨어있고 동화 속에 노래가 담겨있으니까. 벌써 늦은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요즘.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겠다고 새롭게 마음먹는다.
2021/09/28
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