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발 같은 것이 떠오르네요. 말하자면 그릇의 일종인데, 잡지들이 무엇을 담는 그릇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요. 먹을 수 있는, 되도록이면 몸에도 좋은 음식을 담아야 한다는 것도 잡지에 대한 또다른 유비를 거느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그릇엔 밥을, 어떤 그릇엔 국을 담고, 어떤 그릇은 커서 많은 걸 담을 수 있기도 할 것입니다. 또 밥이나 국을 담기엔 적당하지 않은 종류의 접시도 있으니, 잡지의 성격과 개성, 또 문학잡지에 붙는 권력에 관한 뉘앙스로도 읽어낼 수 있으니까 말이죠. 주발은 좀 오래된 그릇이지만, 그래서 최근의 실험적이고 멋스런 잡지들에 비해 덜 화려하지만, 뭐든 담아내기에 그다지 어색하거나 부적절하지 않으니, 《21세기문학》과 꽤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알다시피 《21세기문학》은 한 기업의 후원 아래 잡지나 문학상과 문학관을 운영합니다. 단행본 출판과 같은 상업적 사업과는 무관합니다. 그만큼 우리 시대 문학에 천착하면서 폭넓고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주발이 가진 일종의 고집스러움, 그리고 넉넉함과 깊이가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1세기문학》이 생각하는 등단 제도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21세기문학》은 신인상 제도를 없앤 대신 상시 투고를 통해 원고를 게재하기로 했습니다. 말하자면 등단, 비등단을 구분하지 않고 좋은 원고를 게재함으로써, 글을 쓰는 자에서 자연스럽게 문학인이 되는 과정을 창작과 발표와 독서의 순환적 과정으로 대체하고자 한 취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다수 잡지에서 시행하는 신인상 제도나 신춘문예, 혹은 추천제 등이 문제적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 장단점을 나눠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상시 투고를 받는 것이 꼭 장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등단의 과정, 일테면 시인이나 작가가 되는 과정이 좀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각각의 잡지나 매체 특성에 맞춰 혹은 창작자의 상황에 맞게 어딘가에서는 신인상을, 어딘가에서는 투고를, 또 누군가는 작품집을 내거나 온라인 매체에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인이나 작가가 탄생하고 또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승인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때 등단과 비등단의 구분보다는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는, 그런 구조가 생겨날 수도 있을 거라고 막연한 기대를 품을 수 있지 않겠는지요. 특히 단행본 출판을 하지 않는 《21세기문학》은 어느 매체 출신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신인상 제도보다는 상시 투고를 통해 좋은 작품을 스스럼없이 게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21세기문학》

창간년월: 1997년 봄호
발행주기: 계간
구성원: 소영현, 신용목, 전성태, 정한아(이상 편집위원), 주진형(편집장)
www.21stbook.co.kr


21세기문학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