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비상 캡슐 / 이웃집 사자
비상 캡슐
대벌레가 여치에게 잡아먹히던
순간
꽁무니 사이로 밀어낸
알 하나
이파리 위에 불시착한
비상 캡슐
그렁거리는 우주
이웃집 사자
도둑이 트럭을 훔쳤어
짐칸에 어마어마한 보물 상자가 실린
크고 멋진 트럭이었지
마침내 한적한 곳에 도착해서 짐칸을 열었어
상자 속에선 잠자던 사자가 튀어나왔지
도둑은 보물 트럭 대신 서커스 트럭을 훔쳤던 거야
사자가 도둑을 꿀꺽 삼키려다 말했어
나 대신 재주를 부려주면 안 잡아먹지
도둑은 불타는 고리를 뛰어넘고
쉬지 않고 저글링을 해야만 했어
평생 사자탈을 쓰고 말이지
사자는 뭐하냐고?
사람 탈을 쓰고
우리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지
두 눈 번득이며
도둑놈들을 감시하면서 말이야
크아앙!
장세정
저절로 입이 벙싯거려지는 순간이나 심장이 저릿하고 아리아리한 순간을 만나면 동시를 써요. 그러면 더 오래 더 진하게 그 순간을 쓰다듬을 수 있어요. 그러다보면 저절로 다른 순간이 열리기도 하지요. 그러면 나는 그쪽에 가서 또 놀아요. 자꾸 놀아요.
2019/03/26
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