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와 장화



   웅덩이는 장화를 좋아합니다

   장화가 첨벙첨벙 장난을 걸면
   웅덩이는 까르르 웃습니다

   하지만 장화가 웅덩이를 그냥 지나치거나
   모른 척하면 종일 섭섭합니다

   나비가 포르르 날아와 앉으려다
   날갯짓만 하고 돌아갈 때도
   울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웅덩이가 엉엉 울어
   오늘은 비가 내렸습니다

   장화가 첨벙첨벙 뛰어놀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웅덩이는 생각합니다

   그러다 웅덩이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이 웅덩이랑 닮았습니다
   자기 가슴에도 구름이 걸려 있었습니다





   수호천사



   아기를 재워두고 엄마가 시장에 간 사이

   아기는 깨어 울다
   의자를 밟고 식탁 위로 기어올라
   다시 잠이 들었어

   의자는 탁자 밑으로 몸을 숨겼고
   소파는 겁에 질려 벽에 바싹 붙어 어쩔 줄 몰랐지

   엄마는 깜짝 놀라 장바구니를 내팽개치고
   후다닥 달려와 아기를 끌어안았어

   식탁은 아기를 얼마나 꼭 붙잡고 있었던지
   아기가 엄마 손에 안겨 내려가자 휴~ 숨을 내쉬었고
   세탁기도 오줌 싼 이불을 비틀다 멈췄어

   그날따라 달도 일찍 떠올랐지

임수현

누구도 끝까지 읽은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2020/10/27
3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