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소프트아이스크림 / 풀 멍
소프트아이스크림
나뭇가지에
소복이 쌓인 눈
햇볕이 녹여 먹는다
나무줄기로
단물이 뚝뚝
흘러내리면
바람이 와서
할랑 핥아먹고
흙과 낙엽이
찹찹 받아먹는
달고 시원한
소프트아이스크림
나무 한 그루.
풀 멍
겨우내 메마른 잔디밭에 봄비 내리고 햇살 뒹굴고 새 내려앉고 고양이들 누비니, 희멀건 잔디밭 군데군데에 멍이 들기 시작한다. 동네 개들이 뛰놀고 간 뒤 자리마다 욱신욱신, 밤새 시푸른 멍이 들고 만다. 어디서 아이들이 달려 나와 공놀이라도 하고 가면, 저 푸르게 멍든 자리에 울긋불긋 꽃망울도 터지겠다. 더불어 벌과 나비 날아들고, 민들레 씨 부풀어오르겠다. 끝내 온 잔디밭이 초록으로 멍이 들면, 땅속에서 꼬물꼬물 올라온 매미들이 허물없이 울어대겠다. 진풍경이겠다.
방희섭
가끔 드는 엉뚱한 생각을 말로 전하면 싱겁고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 꼭꼭 숨기고 있다가 시로 써 본다. 그러나 형상화와 표현의 서투름을 어쩌지 못한다. 아무래도 글쓰기의 팔 할이 퇴고에 있나 보다. 괴롭지만 기쁘기도 하다.
2019/12/31
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