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이곳엔 바람이 없어

   꿈을 꾸면

   민들레와

   갈대를 지나

   나에게까지 바람이 불어오는데

   잠에서 깨면

   바람이 없어

   종일 천장만 보는 건 지루한 일이야

   그러니 바깥이 아침인지 밤인지

   요즘 가장 밝게 핀 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너는 키가 더 컸겠구나

   나는 더 가벼워졌어

   이제 너랑 시소는 못 탈 것 같아

   나는 당분간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거야

   혹시 너도 내가 보고 싶다면

   나를 만나러 와 줄 수 있겠니

   민들레와

   갈대를 지나

   운동장의 모래 먼지를 뚫고

   찾아와 줄 수 있겠니

   꿈처럼 꿈처럼 반가울 거야

   어쩌면 조금 움직일 수도 있을 거야





   조퇴



   교문을 나올 때까지도 나는 울지 않았다

   텅 빈 놀이터를 지날 때까지도 나는 울지 않았다

   피를 뽑고 링거를 맞을 때까지도 나는 울지 않았다

   엄마가 울려고 할 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엄마도 친구도 없는 수술실에 들어가서만

   나는

성동혁

아직도 어린이 병동에 입원을 한다. 동시를 쓴다면, 그곳의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릴 적 내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시간을 함께 지나고 있다.
시집으로 『6』 『아네모네』가 있다.

2020/05/26
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