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



   밤에 계단을 내려가면
   밟게 될 각각의 직사각형 미래가


             초록

         파랑      보라

            정사각형

   으로 튀어올라

   밟으면 투명하게 번져 서서히 사라지는 색을 보지 말고 다리를 쭉 뻗어 밟고 넘어가세요

   하지만
   번져 사라지는 순간은 매번 봐도 질리지 않아서
   계단은 순간 사라집니다

   자꾸 발밑을 보는 건 어쩌면 중독일까요?

   그냥 넘어가면
   시간이 지나도 더이상 해가 지지 않아
   단단히 고정된 직사각형만 보인다 들었는데도

   발은 계속
   밤에 있거든요





   커피 먹고 같이



   이 앞에서 사진 찍자

   여름밤 편의점 옆 가로등

   흩날리는 눈 속 빨강 우체통 앞

   꽃이 있는 덤불, 그냥 덤불

   바다 도로 옆 도색이 벗겨진 진초록 자전거

   막대 아이스크림을 들고서

   눈이 쌓인 갈색 크로스백을 메고서

   같이 달리다 숨을 고르다가 마주보다가

   단정히 자른 앞머리와 여름 블라우스가 날리고
   가장 좋은 날씨가 뺨 안에서 계속 부는 것 같아

   이렇게 되면 언제든지
   모든 게 갑자기 나타나도 돼 그래도
   괜찮아

   그런 생각들이 있었다

   나의 종이접기 장인 친구는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다양한 새로 접어 내 책상 위에 올려주었다 새를 손바닥에 올리면

   여름 새는 겨울 창문으로
   겨울 새는 여름 창문으로

   아주 간단하게

강지이

잘 먹지도 않지만 탄산음료 줄이려고요. 근데 맥주도 탄산이라는 생각했는데 생각 안 한 걸로 정리했습니다.
시집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모든 계절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22/05/31
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