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캠프



   아이들의 어깨는 비슷한 높이에 있다 서로의 어깨에 턱을 걸고 웃는 일이 많다 아이들의 하의 주머니는 뒤집어져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주머니 속엔 이탤릭체의 캠프 구호,
왜 주머니를 달고 태어나는 걸까?
아이들은 서로의 빈 주머니를 주무른다 호각을 찾는 시간이다! 호각을 불면 캠프가 끝나는 거야 아이들은 서로의 주머니를 잡고 걷고 또 걷는다 네 주머니 끝에 심지가 있어 상의가 없는 아이가 말한다 조개껍질일까? 굳은 캐러멜? 열쇠? 나는 네 안감이 더 좋더라 상의가 없는 다른 아이가 말한다 주머니 깊숙이 주먹을 감아쥐며, 우리 땋은 머리 할래? 왼쪽 아이들 가운데로 이동한다 오른쪽 아이들 가운데로 이동한다 주머니가 끈적끈적해! 상의 없는 아이가 가슴에 손을 문지르며 운다 주머니가 엉긴다 땋은 머리가 엉긴다 상의 없는 아이들이 엉긴다 주머니가 문제야, 땋은 머리가 문제야, 상의 같은 건 받은 적도 없지! 호각을 찾는 시간에 아이들의 어깨가 다른 높이에 있다 서로의 어깨를 찾아 턱을 걸며, 말해 봐 이 캠프가 끝나면 과연 데리러 올 사람이 있는지- 캠프장이 부풀어오른다 아이들 어깨에서 조개 냄새가 난다 캐러멜 냄새가 난다 열쇠 냄새가 난다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



   그들은 줄을 잘 선다 뒤뚱거리는 것은
   당신 기분이라
   어느새 당신은 광장이고
   광장은 모두에게 아지랑이를 일으킨다
   거위들 부리 사이로 침을 흘리며,
   광장! 어느 미술관은 이를 두고두고 이야기하지
   아주 커어다란 현수막을 걸고
   순풍에 헛간 두어 채 옮겨보려고
   인부들은 두꺼운 책을 잔뜩 찍어낼 거야, 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과자! 미술관 로비에 쌓인 초콜릿 동전 더미
   동전을 제일 많이 훔친 거위가 저어기 가네
   아지랑이 사이로 고개를 돌리며-
꽉꽉(이봐),

   
꽉(고양이 오금에는 수염이 있지)!

   오금에 수염이 나는 기분은 모르겠지만
   뽑히는 기분은 알 것 같은 한낮

   85톤의 빙하 무너진다

   아주 민감한 부분이 뽑히는 기분으로
   무릎을 굽히는 거위떼, 오
   불행한 낙관주의자

배수연

2021년 7월 27일, 그린란드 빙하 85톤이 하루 만에 무너졌다. 내가 멋진 주머니를 사서 낡은 주머니에 넣던 날에.

2021/08/31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