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데일리휴먼빙



   착실한 겨울을 따라 걸었습니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느슨했던 지난여름에는
   슥슥 씻은 복숭아 하나만 베어 물고도
   지구 일곱 바퀴 반을 달리던,

   도대체 쉬지를 않고
   몇백 마력으로 그르렁대던
   소녀의 훌륭한 심장이 있었습니다

   달리면서 아무 데에나
   꾸깃꾸깃 적어둔 맥주, 고양이,
   작도법적인 하트, 여보세요, 행복하십시오

   문학 속에서 사는 느낌이 뭔지 알겠습니다
   느지감치 세수를 하고, 기어이 폐를 끼치는 것
   수챗구멍의 반쯤 썰린 쌀알을 우글우글 세는 것

   무릎 위로 쓱 올라간 스커트에
   매달려 흔들리는 이것은 아무래도,
   혼자 연질(軟質)인 감정

   아무도 울지 않는 밤에
   혼자 몰래 교회 세우는 것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숨지 못하고 기어이 십자 얼룩이 되는 것

   여보세요, 행복하십시오
   내일 아침 커피를 권합니다
   이보십시오, 복 받으십시오
   어제 끓인 크리스마스를 대접합니다

   착실한 겨울을 따라 나는
   눈투성이 사람이 되었습니다

   문학 속에서 사는 느낌이 뭔지 알겠습니다
   지하실에 갇힌 나의 어린이에게
   우글우글한 쌀알로 밥해 먹이는 것

   안녕하세요, 여기가 나의 교회입니다
   복숭아랑 스커트랑 맥주랑 같이 풀럭이는
   여기는 작은 마당, 비정형, 큰 심장을 섬기는





   더데일리휴먼빙6



   장미들이 끓어 넘쳐요
   고양이 이름만 하나 얻었습니다

   주머니 속에는 까끌까끌한
   송곳니, 수염, 다량의 젖꼭지
   오늘의 신선한 복채

   생각은 지구처럼 둥글고, 그러나
   저 멀리 낮잠처럼 맴도는 계절

   주머니 속에선 그르렁, 잠든 이름 하나
   진동, 끔찍한 망상, 새하얀 배고픔
   매진된 오늘의 특선

   오래된 석양, 장미 떼는 이글댑니다
   테이블에서 질질 흐르는 몇 병의 빵들
   주의자의 맥주, 주의자의 선언문

   여름이 특유의 냄새로
   여름이 잘 알아서
   자꾸만 킬킬대는 섬뜩한 것

   계절은 지구처럼 기울고
   달처럼 달아나는 덩어리, 생각, 오늘용 단어들

   정신이 간병한 몸을 질질 끌고서
   소금으로 가득한 속을 줄줄 흘리며
   앉습니다, 죽은 꽃의 전개도

   여름의 상한 배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
   다리가 온통 많아 너무 바쁜 비밀들

   테이블, 끓어넘친 열기만 남은,
   고양이 가죽 주머니, 검은 맥주, 굳은 송곳니

심민아

도시형 샐러드 빌런을 꿈꾸는, (그러나) 양털이자 설탕인 존재……

2018/07/31
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