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뼈



   사리 보러 가자
   신비가 손짓합니다

   누가 숨어있는지도 모르게
   적요한
   절 안으로

   신비는 멀리서도 신비롭고
   돌다리를 두 칸씩 건너서

   환대와 박대
   배웅과 미궁이 없는

   이 마을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아요

   찻길 동물 사고
   로드킬의 다듬은 말

   쓰레기차 뒤에 앉은
   인부가
   초록색 빗자루를 끌고 지나갑니다

   인간의 모든 움직임은 먼지고요

   불상의 동그랗게 말린
   손가락 사이엔
   천 원짜리가
   동그랗게 말려있네요

   왜 혼자 계세요?

   바람이 한 번 불고
   주춤거리는 향냄새
   좋았죠

   돌그릇 안에는
   단단한 나무 열매들

   절하는 사람들
   발바닥이 온통 까매요

   신비는 신발 벗고
   어서 오라 하니까요

   부럽고 부끄러워
   살금살금 걷습니다

   그냥 우연히 왔어요
   실눈 뜨고 봤고요

   깨달은 사람은 죽어서도
   유리구슬 아니겠어요?

   나는 깨어서도 탁하여
   모기도 눈 감고 잡는데요

   내 고향 서울에는
   사랑하는 뼛가루를
   보석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있대요
   촛불이 앞뒤로 흔들립니다

   신비와 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고기 반지 나누어 끼고

   가족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무자비한 사랑을 내려주세요
   허리를 굽혔죠

   나란히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나란히 가고 싶어요
   속으로 말했죠

   신비는 곁에서도 신비롭고
   알 건 다 아니까요





   언데드



   창밖에 누구인가
   캔을 줍는다

   침실은 잠을 자는 방
   그걸 모르지는 않아

   누구인가 맑고 어둔 밤
   모두 잠들고도 남은 밤에

   적막 속에서
   바닥 긁는 소리만

   아무래도
   캔이 분명하고

   쓰레기 산 넘어지고
   쓰레기 쏟아지고

   아무래도
   고양이가 아닌 기침 소리
   그렇다고 미화원도 아닌

   줍고 담는다
   어떤 건 밟고 차고
   굴리기도 하는데

   양철로 만든 마음이 있다면
   뒤척일 때마다 요란하겠지

   비 맞기 좋겠지
   꺼내서 보여줄 수도 있고,

   만 년 동안 썩지 않는
   파인애플 통조림이겠지

   그래서 누구인가
   창밖을
   내려다본다면

   텅 빈 얼굴
   덜그럭거리는 어깨
   죽은 걸 먹고 있겠지

   인간이 버린
   인간 아닌 그 모든 것

   바닥에 엎드려 경건하게
   종량제 봉투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마음껏 구겨지면서

   오렌지색 포대 자루에는
   찌그러진 어둠이 수북해진다

   침실은 잠을 깨는 방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아침이 오기 전에
   침대의 용도를 알 수 있을 거야

   만세하고 잠드는 인간은
   지속적인 수리가 필요한 상태

   누가 위에서
   팔을 잡아당기는 것 같아

   손가락, 하나씩, 접어본다
   커튼 사이로 빛

   창밖
   조용하다

   작고 뾰족한
   가위 하나를 떠올리자

   등에서 뚝 소리가 난다
   만세

강혜빈

뉴 노멀이 될 양손잡이. 시를 쓰고 찍습니다. 도래할 새로운 사랑을 발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빛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서 『밤의 팔레트』, (문학과지성사, 2020) 외 다수. 사진작가 ‘파란피 PARANPEE’, 메일링 서비스 ‘프롬 강혜빈’ 기획자.

2021/12/28
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