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옆에 앉은 사람이 다리를 떨고 있다 테이블 위 잔에 담긴 액체가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있다
      춤추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불안이라는 단어를

   불안

      다리를 떨고 있는 사람은 마주 앉은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웃고 있었으므로

   그림자가 두 사람의 의자 밑에 놓여 있다

   빛은 방향
   어둠은
   스며드는 것이 좋겠다

   그것은 온도의 차이

   다리를 떨던 사람이 외투를 걸치고 나간다 차가운 공기로 스며드는 것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뒷모습을 응시하자 잔에 담긴 액체가 흔들린다

   테이블 위에 잔이 흔들리다가 엎어지고
   사람들은 이내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엎어진 것을 닦지 않고 나가버렸으므로

   스며들거나 증발하고 있다

   모든 것이 미세하게 변하고 있었고
   그림자가
   자꾸 누군가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멀리서 총성이 들리고



   이제 사랑의 의미는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새를 두려워하게 된 이유

   작은 아침으로도
   부서지기 시작하는 오래된 새벽처럼

   총성만으로
   새떼는 흩어졌다

   나는 새가 두렵다 나는 새가 두렵다
   되뇌다보면

   날지 못하고 떨어지는
   낙엽들

   부서지는 새벽
   오래된 이름처럼

   오래된 이름들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

   고개를 까딱까딱 끊어지기 직전
   날아가기 위해

   탄피로 짐작 가능한 총성의 근원지에서
   흩어진 것들을 찾느라

   아침이 온 줄도 모르고

홍지호

목적지에서의 일정을 고민하다가 정작 기차를 놓쳤습니다. 이제 저는 제시간에 기차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21/02/23
3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