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간격을 보며



   개괄을 열자, 저녁이다 검은 형식의 사람이 달리듯 달린다 역동은 지난하고 역동은 학습이고 역동은 효율이고 역동은 형식이 아니고 자연스레 우리는 지나지 않는다

   붉은 형식이 영향을 통해 사람을 통과해 아름다워지고 있다 입을 열고 혀를 열고 말을 열고 형식을 열고 생각을 닫고 닫음을 열고 밀착과 밀착과 영향과 영향과 포옹과 포옹과

   포옹과 포옹과 포옹과 포옹과 포옹과 과정과 인력과 인력과 마찰과 밀도와 밀도와 밀도와 밀도와 포옹과… 열기구가 떠오르는 걸 본다 사실적이다 공원 벤치의 개괄에 앉아, 우리는 사실적이다

   새의 간격을 본다 밀집을 보지 않는다 새의 간격을 본다 경청을 보지 않는다 새의 간격을 본다 새의 간격을 본다 새의 간격을 본다 만일을 본다 우리는 선량한 저항이 아니다

   형용된 나는 외면을 보다가 외면을 본다 저녁을 인정한다 인정하듯, 저녁은 먹을 수 있어서 저녁을 저녁에 먹으며, 사실적인 맛이다 저녁이 저녁의 형식에 맞춰가고

   우리는 가능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저 간격도 간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사실이 되고 싶다 사실이 되고 있다 열린 문의 형식이 열리듯 열린다





   사실들



   외야에 앉아 있다
   이 좌석엔 고유의 번호가 있다
   티켓은 팔천 원이다
   매표원을 부스 밖에서 만난 적이 없다
   모자를 썼다 손목시계는 없다
   모자를 썼다 손목시계는 없다
   저 새는 비둘기가 아니다
   껌은 씹지 않는다
   외야에 앉아 있다
   심판이 입는 옷이 마음에 든다
   오늘은 경기가 없다
   투수는 오늘 어깨가 좋지 않다
   외야에 앉아 있다
   공은 하나다
   글러브는 공이 아니다
   저 새는 비둘기다
   좌석은 모양이 같다
   저 새는 비둘기가 아니다
   선글라스를 꼈다 운동화를 신었다
   선글라스를 낀 사람은 2번 타자가 아니다
   공은 글러브가 아니다
   배트는 공이 아니다
   감독은 오늘 무릎이 좋지 않다
   경기장은 비어 있다
   외야에 앉아 있다
   외야에 앉아 있지 않다
   외야에 앉아 있다
   외야에 앉아 있다

이영재

긴 슬럼프와 있었다. 시와 멀었다. 시가 자명을 잃었다는 걸 뒤늦게야 안다. 시는 내게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햇볕과 그늘이 놓인 길에서 시와 함께 긴 산책을 해야겠다. 나는 주로, 듣기로 한다.

2018/11/27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