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죽음의 시각을 기록하기1)



   20세기 한국의 한 성당 뒤뜰 감나무에 천사가 걸렸다. 유아의 모습을 한 천사는 두 개의 굵은 가지 사이에 커다란 날다람쥐처럼 엎드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사제관에 기거하던 두 사람 중 젊은 사제가 새벽에 천사를 발견했다. 그는 늙은 사제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두 사제는 먼저 자신들의 목전에 현현한 기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삶의 경험이 풍부한 늙은 사제는 가지에 걸린 천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말랑말랑한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광택이 도는 흰 피부. 수천 가닥의 금실과도 같이 빛나는 고수머리. 잠든 천사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약간 접혔다 펼쳐지는 한 쌍의 흰 날개. 천사의 머리 뒤에서 은은하게 발광하는 완벽한 원형의 광배.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든 천사는 두 사람의 손에 닿지 않았다. 젊은 사제가 창고에서 사다리를 꺼내오는 동안, 늙은 사제는 자신들의 속된 손으로 천사를 만지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를 생각했다. 천사를 땅으로 모시고 온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의문이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자 젊은 사제는 다시 달려가 담요를 가지고 왔다. 늙은 사제는 서울로 전보를 치러 가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눈발은 굵어졌다. 땅 위로, 나무 위로, 천사의 몸 위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우선 담요부터 덮어드립시다. 늙은 사제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젊은 사제가 나무 가까이 다가가다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저것이 무엇입니까? 그가 가리킨 나무둥치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올려다보니 신선한 버섯갓처럼 귀여운 천사의 엄지발가락 끝에도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몇 방울은 늙은 사제의 발치로 후드득 떨어졌다. 망설임 끝에 젊은 사제가 입을 뗐다. 신부님, 이거 혹시 천사님의 오줌일까요? 늙은 사제는 성경의 어디에서도 천사의 소변에 대한 구절을 본 기억이 없었다. 두 사제는 축 늘어진 어린아이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들은 다시 기도를 시작했다. 눈발은 거셌다. 천사의 가느다란 머리칼과 속눈썹 위로, 장밋빛의 통통한 뺨과 약간 벌어진 작은 입술 위로 눈이 내려앉았다. 천사가 만들어낸 조그만 얼룩 위로도 눈이 쌓이고 있었다. 이윽고 눈이 천사와 천사의 자국을 완전히 뒤덮었고, 감나무 위에서 깜빡거리던 흰빛은 점차 희미해지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야행(夜行)



그 울음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와 같다.

―『산해경』


   동남쪽으로 오십 리
   평원 지대에서
   다시 동쪽으로 오십 리

   여자 혼자 사는 집에는
   산에 사는 동물로는
   기슭에서 자라는 나무는
   다시 꼭대기에서는

   남서쪽으로 오십 리
   도망친 남자 혼자
   양을 키우는 목장에는
   양털의 수확량은
   울타리는
   다시 양떼는
   개는

   목초지에 민들레가
   고양이가
   혼자 오십 리
   다시 북쪽으로 오십 리를 가면
   다시 아름다운
   자라는

   몸빛이 검고
   축축한 습지에

   크고 밤에
   빛나고
   연간(年間) 다시
   혼자

   입에는
   대롱을 물고
   돌아가면

   낮에는 눈을 감고
   밤에는 눈을 뜨고
   움직인다 오십 리

   혼자 묻혀
   있고 얼굴을
   하고

   잘 때도
   대롱을 물고
   물려주는 사람
   있었어

   그 사람 죽은 거
   알아?

   그래 알아, 그 사람
   죽은 일

   혼자 오십 리
   밤에만
   낮에는
   잠들면

   그렇게 죽은 것도
   알아?

   검은 열매 열리고
   크고
   거기 가면

   볼 수 있고
   산 사람은
   둘러앉고

   다시 오십 리
   혼자 오십 리


임유영

나는 아직 여기 누워 있어.

2021/01/26
38호

1
마르그리트 뒤라스, 「글」(『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윤진 옮김, 민음사, 201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