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걷다가 개 이름 부르는 사람들도 보았고
  개 이름이 사람 이름 같다는 생각도 했지

  저 개는 자기 이름을 알고
  자기 이름을 부르면 달려가기도 하네

  그런데 뭐더라
  너 이름

  중학생 때 좋아하던 같은 반 남자애가 내게 말할 때
  대답하지 못했지

  비가 내렸고
  우산을 같이 쓰겠냐고 물었을 때였다

  (비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페이드아웃 되었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공원에는 그날처럼 비가 내렸네
  우산도 없이 빈손으로 걸었지
  저기서 누가 개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게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을 했네

황인찬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있다. 식물을 키우다가 화를 내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시를 통해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또한 무엇이든 읽어낼 수도 있지만, 시를 쓰는 일이란 우리가 아무것도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도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시를 말하기라고 이해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또 하고 있습니다.

2024/06/05
6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