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꿈을 꾸었다



   시를 쓰다 잠들었는데
   꿈속에서도 나는 시를 쓰는 꿈을 꾸고

   어느새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고
   죽은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울었다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는 나에게
   내 얼굴을 보며, 쓰다 만 일기를 보며

   이제 무서운 꿈을 그만 꾸거라

   귀신에게 쫓기며 골목으로 도망가면
   누군가 골목 끝에 서 있어
   내 일기장을 읽고 있었다
   누군가 내 비밀을 알게 될까
   빼앗으려 해도 일기장을 크게 소리 내어 읽고

   이제 무서운 꿈을 그만 꾸거라

   깨어보면
   공책에 머리를 대고 엎드려 울고 있었다
   꿈에서 깨는 것이 두렵다
   시를 쓰는 날마다 반복되는 악몽, 그리고
   나는 밤마다 꿈을 받아 적었다

   꿈속에서도 나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
   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시를 쓰고 있었다





   콩 타작



   하늘에서 콩이 쏟아져요
   콩이 지붕을

   콩콩콩
   콩콩
   콩

   뛰어다니는 소리

   오늘은 하늘에서
   구름이 콩 타작 하는 날

   어제 할머니가 밭에
   콩알을 뿌렸으니
   내일이면 콩이

   콩콩콩 올라올까요

김성규

태어나 죽어가고, 어릴 적 살아왔던 고향을 떠나 다시 돌아가는 것이 모든 인간의 운명인가 생각한다. 2004년 등단한 이후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등의 시집을 냈다.

2019/10/29
2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