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메이르1)



   아름다운 나는 없습니다
   낮은 채도로 당신이 운을 떼면 아름다움을 떠올릴 뿐입니다
   꺼지지 않는 빛과 영영 타들어가는 불꽃,
   어떤 수식이 영혼에 향기를 더하지는 못합니다
   내가 촛불을 켜면 당신은 연기처럼 부드럽다 말하겠지요
   나의 차가운 손은 비어있는데

   치장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덧칠할수록 치부가 드러납니다
   나와 닮은 눈동자를 보면 다만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까지 말갛게 웃을 수도 있겠지요
   달빛이 그림자로 기울어진 날에도 은유는 달콤할 것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아름답다 말했고
   나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말씀을 적습니다

   자주 기도했던 내가 믿은 건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본 빛들 말입니다
   껍데기 안에서 빛나던 아픔과 눈부시게 찾아오던 새벽을,
   그러나 한낱 희망 같은 것을 쓰지 않고 울지 않을 것이라 쓰겠습니다
   나를 울게 하는 것은 모두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봄이 오고 남은 눈처럼 내가 있습니다
   당신의 작은 방에 위로를 걸어두고





   보물찾기



   가게가 없어졌대 이상하다 좋아하는 세계가 사라지는 일 우리는 알 수 없잖아 언제 왜 없어졌을지, 좋아하는 가게가 좋아했던 가게가 되는 일
   여기에 있었다고 말해 봐도 누가 믿어주기는 할까? 우리는 알고 있었지 계속 있는 건 아니구나 있어야만 하는 것도, 어렵진 않았어 다른 목적지를 찾아가는 일

   나는 책을 읽지 않아요 두렵거든요 훔치게 될지도 모르고 훔치고 싶어질지도 몰라서
   나도 모르게, 나조차 모른다는 게 가장 무섭고 싫어요 아름다운 이야기는 결말에 이르러 알 수 있는 걸
   알고도 읽어야만 하니까 아름답지만은 않던 사랑 노래는 이제 부르지 말자

   신을 시인이라 들었던 날
   알고 싶은 이에게 책을 빌리자 모르는 나에게 쉽게 빌려준다
   이 책을 접지는 말아요, 구기지도 낙서하지도 말아요
   그럼 처음부터 훔치게 하지 맑은 날 내가 편지 쓰는 이유를
   모른 채 그는 지금도 주석을 길게 읽어가고

   가게가 열리면 가보자던 말, 침대에 누워서 없어진 걸 생각했어
   간밤의 꿈 지키지 않은 약속 어떤 타인
   어디엔가 그것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라진다는 말을 의심했지 난 찾기 위해서 살아야 했어
   넌 이미 죽었어, 없어진 가게 주인이 문을 열고 속삭였지만

남다솜

천천히, 오래도록 나아가는 사람. 나는 영원하지 않아도 나의 노래는 영영 현재이기를. 모든 것이 단지 꿈결일지라도 당신에게 나는 단 하나의 진심이고 싶습니다.

2018/07/31
8호

1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1666)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