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국밥집 돼지머리 위 눈이 내립니다

   누린내가 진동하는 가게 앞 중력은 초속 5cm를 넘어서고 있었다, 눈발이 그 사이와 사이를 채우고 지나가는 발자국 느낌표를 찍어낸다 몇 초는 오른쪽 몇 분은 왼쪽 걸어가는 사내 육교를 건너 벚꽃처럼 오므려 마침표를 만들었다 준비한 바구니 사이에 육교 안 바람이 지나간다 발자국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바구니 안 허리를 굽히지 않는 지폐와 동전들은 바구니를 채워주지 못했다

   육교 오른쪽으로 이동해 주세요

   과일바구니 쥐어 잡은 그림자 육교를 지나간다 육교가 다리 밑으로 품었던 신호등 금귤 색으로 변할 때 사내 일어났다 에덴김밥집 도마 위 김밥들 밖으로 나갈 채비 중이다 문을 열자 팔레트 물감 색을 닮은 김밥이 봉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가 오른쪽 몇 초 왼쪽 몇 분 걸어간다 복잡한 골목길을 걸어도 자리는 넉넉하다 누구나, 화가가 된다는 이 골목에선 긴 머리 여인의 흐트러진 머리도 코 막는 아주머니도 놀라 입을 막는 청년의 절규 골목에 남아있다 골목 끝 그의 집 앞 횡단보도, 노란색 단무지와 흰색 지단 줄이 그어졌다 손 번쩍 들어 자동차 사이를 뛰어드는 모습, 그림으로 감상하듯 발자국과 그림자들 서 있다 횡단보도 옆 전봇대 실종신고 종이 팔랑거리다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다 물감 냄새나는 검은 봉지만 바람 타고 멀리 날아가고만 있었다, 눈이 내렸다








   매미



   저기, 더는 못 참겠습니다 더운 여름도 모자라 창문 코앞에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우리 집은 통곡의 벽이 아닌 걸 아시죠 그만 원래 살던 곳으로 가세요 우리 집 벽에서 그만 울고, 어서 돌아가세요

   우리 집 벽에서 울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벽 등허리를 올라타 방충망 사이
   우는 소리가 내 방까지 기어왔다
   창문 열어 고개 내밀어 보니
   그가 벽에 착 붙어있다
   여름 같은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
   기대서 울고 있는 것이다
   신일선풍기 일단으로 해놓고 벽에 기대본다
   선풍기 바람에 울음소리 파열음을 낸다
   몇 년을 참다 울음이 터진 모양이다
   고개는 하늘을 향하게
   두 팔 벌려 콘크리트 벽에 기대는, 그가
   맴맴맴 울고 있다
   가만히 밤 이불을 덮어 주고 싶은 저녁
   매미가 운다

지와타네호

1983년 꽃피는 4월에 태어나 돼지처럼 먹다 살만 쪘다. 그래도 배는 고팠다. 시 쓰기는 고이 접어 두고 배부른 소크라테스를 표방하다, 회사생활로 이리저리 굴러보니 왜 배고픈지 알게 되었다. 다른 건 다 있고 시만 없었다. 나한테 그 시만 없었는데 배가 고팠다. 슬펐다, 배고픈 게 사라지지 않아서

2018/06/26
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