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1)



   이제 깊어지지 않기로 하고

   잠의 호흡과 흙
   구름과 여름 곡물들

   잠시 쌓였다가
   흩어지고야 마는 것들의 목록을
   두 손에 쥐고 있다

   한목소리가 아니어도 좋다
   비틀린 나무의 겨울이 끝나지 않아도 좋다

   숲이 폐곡선으로 자라나
   선 바깥으로 밀려나는 손

   서로 견뎌야만 가능해지는 미래를
   더는 쌓을 수 없다
   눈동자에 들어있는 칼을
   꺼낼 수 없다

   이 생각에 묶여 있다
   묶여서

   절벽 아래를 볼 수밖에 없으니
   뿌리를 더 깊게 내릴 수밖에

   새의 뼈 안이 구름으로 끓고 있다

   울음이 구름과 같이
   천천히 끓고 있다





   애프터



   밤이 깊다
   이제 들어가자

   네 앞에서 발길을 돌리며
   밤이 깊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한다

   나는 반복하고 끝내지 못하고

   서랍장을 모두 열었다
   숲에서 숲까지 가는 길을 모른다

   밤에는 시소를 타야지

   솟아오르는 일과
   가라앉는 일의 깊이를 알게 될 때

   빛은 제 몸을 비틀어
   직선의 몸을 갖게 되었다
   직선으로 깨지게 되었다

   파편으로
   빛을 경험하는 일처럼

   도달한다는 것이
   산산 조각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뛰어간다
   나는 넘어간다

   사람이 사람을 향해 복을 빌어 주는 일을 배워서
   너의 시간을 축복해야지

   네가 어딘가에 도달할 때까지

   너의 흰 재의 시간
   마른 장미의 시간을



안미옥

나는 나를 해석하고 있었다. 해석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가 해석한 것은 다 엉터리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2018/06/26
7호

1
약한 불로 오래오래 끓여서 충분히 다 익히는 것. 미얀마, 인도에서 쓰는 라왕어. 소수 언어.